해킹 공격 나흘째인 12일 예스24는 여전히 멈춰있다. 도서 주문은 물론, 공연 예매,이북(eBook) 열람까지 주요 서비스 전반이 마비되며 이용자 불편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일 새벽 해킹 공격을 받아 예스24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은 현재까지 모두 전면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전자책 이용자들의 불편 호소가 특히 많다. 예스24는 국내 최대 전자책 유통 플랫폼 중 하나로, 단권은 물론 시리즈·정액권 구매 후 웹과 앱에서 뷰어를 통해 읽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다운로드하지 않은 이북은 열람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날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따르면 "시리즈 전권을 사놓고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반도 못 봤다", "절판된 책이라 다른 데선 못 구하는데 답답하다", "곧 시험인데 중요한 전공 서적이 이북으로만 있는데 미칠 지경", "이북이 묶여있다. 내 책들 너무 불안하다. 구매자는 무력한 존재인가"라는 등 실질적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글이 폭주하고 있다.
1년 치를 미리 결제해 콘텐츠를 이용하는 한 구독자들은 "돈은 냈는데 아무것도 못 본다"며 서비스 마비가 장기화할 경우 환불 등 보상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티켓 예매 확인도 못 받아"…현장 혼선, 공연도 '예매자 당황'
공연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예스24는 전국 공연·페스티벌 예매를 담당하는 주요 플랫폼 중 하나다. 뮤지컬·콘서트·클래식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활용 범위가 넓다. 그러나 예매 정보 확인이 불가능해지며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실시간으로 불편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공연 예매자들은 "좌석 정보가 적힌 예매 내역서와 확인 메일이 없으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특히 예스24 메일 수신을 차단한 기본 회원은 예매 확인 메일조차 받지 못해 표를 수령하지 못했다는 제보도 나오고 있다.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의 신보 발매 기념 팬 사인회는 취소됐고, 가수 비아이의 공연 팬클럽 선 예매 일정도 연기됐다. 온라인 예매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인증과 좌석 확인이 어려워지면서 예정된 일정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미 예매를 마치고 현장을 찾은 관객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제작사 쇼노트는 "좌석 정보가 명확히 표시된 예매 내역서를 지참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반면 연극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를 제작한 이모셔널씨어터는 좌석 정보 확인이 어려운 관객에게 공연 시작 5분 전 미수령 티켓을 무작위 배부하겠다고 밝혔다.
공연장마다 대응 방식이 제각각인 가운데, 관객들 사이에서는 "불안한 건 우리 몫이다", "대체 책임은 누가 지게 되는거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스템 점검'이라던 초반 공지…뒤늦은 해킹 인정에 은폐 논란까지
예스24의 초동 대응은 더 큰 논란을 자초했다. 회사 측은 해킹이 발생한 9일에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시스템 점검'이라고만 공지했으며, 이후 11일이 되어서야 랜섬웨어 해킹 피해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해당 사실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하며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피해를 알릴 의무를 저버렸다", "정보를 은폐하고 있는 동안 이용자들은 계속 티켓 사고 책을 샀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스24가 올린 공식 입장문에 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회사 측은 11일 공지를 통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협력해 복구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KISA는 12일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 입장을 내놨다.
KISA 측은 "10일과 11일 두 차례 예스24 본사를 직접 방문했지만, 기술 지원 요청에 대한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동 분석 당시에도 예스24는 구두로 상황을 공유했을 뿐, 구체적인 협업이나 기술적 대응 체계는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스24 주가도 약세
예스24는 "곧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용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걱정도 마찬가지다. 과거 같은 일이 발생한 경우 초기에는 '유출 없음'으로 공지했다가 이후 사실로 드러난 사례도 많았기 때문이다.
주가도 약세다. 해킹 발생 이후 예스24 주가는 사흘 연속 하락하며 누적 낙폭은 9.29%다. 이날 오전 10시 8분 기준 예스24는 1.74% 하락한 4235원에 거래되고 있다.
해킹 피해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됐다.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11일 예스24 해킹 사건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킹범 추적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 여부와 실제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예스24는 보안 인력 10여 명을 24시간 체제로 투입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12일 중 공연장 입장 확인 시스템은 우선 복구하고, 다른 서비스도 하루 이틀 안에 순차적으로 정상화할 예정"이라며 "늦어도 일요일까지는 전체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