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동성제약이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전 경영진인 이양구 회장 측이 조카 나원균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탈환하기 위해 추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동성제약은 7일 “경영 정상화와 계속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동성제약은 지난해 적자 전환해 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은 884억원으로 전년(886억원) 대비 역성장했다. 현금 동원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100% 이하로 떨어져 88%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이 100%보다 낮으면 유동자산을 현금화해도 부채를 다 갚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 회장 측은 법원에 이번 회생절차 신청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이 회장 측과 나 대표 측은 회사의 어려워진 재무 상황과 그 책임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해왔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모든 채무가 동결된다. 개시 검토는 보통 1~2주 걸린다. 개시 결정이 나고 재산 보전처분이 내려지면 임금, 조세 등을 제외한 기존 채무 상환 의무가 당분간 사라져 유동성 위기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이 회장과 마케팅 전문기업 브랜드리팩터링 등 그의 백기사 측이 추진한 대표이사 해임, 이사진 교체 등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도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법원에서 회생절차 기업에 대해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기존 대표가 관리인으로 회사 경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21일 보유한 동성제약 경영권 지분 14.12% 전량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해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 회장과 나 대표는 이르면 이달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임시주총에서 현 경영진의 진퇴를 놓고 표 대결을 예고했다. 이 회장 측 동성제약 지분은 15.62%, 나 대표 측은 12.77%로 알려져 있지만 이 회장 측은 “사모펀드(PEF), 시중은행, 개인투자자 등으로부터 지분 30%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