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칼럼] 점점 더 극한 임무가 되어가는 ‘대한민국 보수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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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정부위원회에 민간 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잊히지 않는 몇몇 기억이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이던 2017년 초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당시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의 성실한 관료였다. 그 어떤 정부 위원회보다 안건 검토와 회의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 개진도 활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른 유형의 경험을 했다. 점잖은 법조인 출신으로 위원장이 교체됐지만 활발하던 토론장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임기 끝난 민간 위원들은 차례로 문 정부의 ‘내 편’ 사람들로 채워졌다. 정권의 바람잡이로 등장한 강성 목소리가 회의장을 주도했다. 대통령 공약을 관철하려면 정부가 기업 팔을 비틀어 시장의 가격 책정에 개입해야 하는데 그것이 ‘민의(民意)’라고 했다. 애당초 규제의 편익과 비용을 따지고,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에게 편의가 두루 돌아가게 하는 시장 친화적 경제에는 관심도 없었다. 담당 부처는 정해진 방향으로 표결을 몰아가려고 엉성하기 그지없는 엉터리 자료를 제시했고, 표결 날이 되자 평소 참석 않던 당연직 공무원 위원들이 일제히 나타나 손을 들었다. 중립적인 전문가 집단이나 공무원을 무력화해 정치권력에 줄 세운 뒤 북한의 거수기 투표 비슷하게 진행하는 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목도하고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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