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출간…언니 죽음 이후 4년간 집필
"한국은 아직 여성에 가혹한 환경,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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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선우 기자 = "이 책을 안 썼다면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지 상상도 안 돼요. 저를 살린 책이기도 합니다."
가수 겸 작가 이랑이 최근 신간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를 펴냈다. 그간 싱어송라이터로 가난, 죽음, 슬픔, 불안 등을 노래해 온 이랑이 이번엔 264쪽짜리 에세이로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갔다.
이랑은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다 쓰고 나서의 해방감이 엄청났다"며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용기와 희망이 생긴다면 좋겠다.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랑은 책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 여성으로서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본인의 이야기뿐 아니라 가정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와 장녀로서 최선을 다했던 언니의 삶도 함께 담았다.
당초 일본 출판사의 기획으로 집필된 에세이는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올해 대만과 한국 출간으로 이어졌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 녹아있어 국내 출간은 이랑에게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이랑은 "어머니와 언니의 이야기도 들어가 있어 어머니의 허락도 필요했다"며 "글이 완성된 후 한국의 엄마와 딸들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완성된 원고를 어머니와 함께 검토하면서 수정 작업을 거치고 국내 출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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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장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책은 2021년 준비하던 춤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언니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언니는 이랑보다 공부, 사교성, 목소리까지 뛰어났고, 유독 가족을 사랑하는 장녀이자, 모두에게 사랑을 베풀고 마음을 썼던 사람이다.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란 이랑에게 언니는 '유일한 구원자'이자 고충을 나누고 함께 버티던 '삶의 동지'였다. 그는 언니의 취향으로 빈소를 꾸미고 동료들과 함께 언니가 준비했던 춤을 췄다.
이랑은 "언니가 떠난 후 가장 힘든 시기에 이 책을 쓰게 됐다"며 "언니는 제게 어린 시절 힘든 환경에서 의지했던 전우 같은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성인이 된 이후 서로를 격려하는 사이가 됐고, 중년 이후 함께할 시간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다"며 "그랬기에 언니가 갑자기 제 삶에서 사라진 건 큰 충격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랑은 언니의 죽음을 '소진사'(消盡死)라고 표현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끝까지 소모하다 사라진 죽음이란 뜻에서 붙였다. 그는 "타인을 돌보고 구하면서 모든 힘을 쏟다가 스스로 소진돼 떠나는 경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며 "언니 역시 그런 삶을 살았다"고 떠올렸다.
이후 이랑이 삶을 대하는 태도도 변화했다. 그는 "예전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경험 자체에 의미를 둔다"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별 게 아니지만 일상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늘어났다. 고통을 겪으면서 타인의 아픔 또한 더 잘 알아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랑은 작가뿐 아니라 가수,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싱어송라이터 이랑' 역시 이미 음악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정규 3집 '늑대가 나타났다'로 2022년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음반상과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다.
음악인으로서 향후 계획도 밝혔다. 이랑은 "'늑대가 나타났다'가 집회에서 많이 불리면서 '민중가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며 "오는 5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랑은 한국에서 여성 아티스트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밝혔다. 그는 "한국은 아직 여성 아티스트에게 가혹한 환경이다. 해외에선 이해받는 부분도 한국에선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며 "그럴수록 더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다음 주자들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저 역시 공격을 많이 받으며 버텨왔지만, 그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란다"며 "꾸역꾸역이라도 계속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sun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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