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프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가 바로 에임포인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중심으로 ‘슬로플레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도입되는 가운데 에임포인트가 경기 속도를 늦추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다.
PGA투어 2승을 올린 루카스 글로버(미국)가 에임포인트를 사용하는 콜린 모리카와(미국)를 저격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에임포인트는 퍼팅 라인을 읽는 방법 중 하나다. 퍼팅할 때 볼이 지나가는 방향을 가운데 두고 두 발을 벌려 서서 경사도를 체크하거나 공 뒤에서 한쪽 눈을 감고 손가락을 펼쳐 그린을 읽기도 한다. 이를 위해 홀 주변과 그린 여기저기를 선수들이 밟아야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홀 가까이에 스파이크 자국이 남는다는 것이 글로버의 주장이다. 그러자 모리카와는 글로버가 사용하는 롱퍼터를 저격하며 응수했다. 샤프트 길이가 달라 정통 골프 룰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안병훈(사진)이다. 하지만 안병훈은 PGA투어에서도 슬로플레이와 가장 거리가 먼 선수로 꼽힌다. 프리샷 루틴이 워낙 짧고 빠른 탓에 카메라 감독들이 종종 그의 샷을 놓칠 정도다.
최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현장에서 만난 안병훈은 “에임포인트 여부는 경기 속도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선수 개인의 플레이 루틴에 따라 경기 속도가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롱퍼터에 대해서도 “현재 룰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치는 것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드라이버에서 여러 스펙의 샤프트가 허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만약 둘 중 하나만 써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에임포인트를 포기하고 롱퍼트를 택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안병훈 역시 슬로플레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데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경기 진행이 느린 선수와 같은 조가 되면 경기 위원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신경이 쓰일 때마다 다른 생각하면서 최대한 영향을 안 받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벌금보다는 슬로플레이 선수 리스트를 공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워낙 돈을 잘 버는 선수들이기에 벌금보다는 슬로플레이어로 공개적으로 낙인찍는 것이 보다 강력한 해결책이라고 설명한다.
강혜원 KLPGA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