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회의실은 조용하고, 메신저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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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회의실은 조용하고, 메신저는 뜨겁다

회의가 시작됐다. 발표자가 정리한 자료를 설명하고 팀장은 참석자들의 반응을 기다리지만, 돌아오는 건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침묵뿐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의견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도 손을 드는 사람은 없다.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발표자와 관리자들의 답답함은 커진다.

“요즘 친구들은 왜 이렇게 말이 없을까?”, “질문해도 대답은 짧고, 말 걸면 부담스러워한다”는 말이 종종 들린다. 하지만 이 침묵을 단순히 무관심이나 소극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 발표 자료를 따라가거나, 관련 내용을 검색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회의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겉보기엔 조용하지만, 그 안에는 집중의 또 다른 형태가 존재하는 셈이다. 우리가 익숙한 ‘참여의 모습’과는 다를 뿐이다.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다. 즉각적인 대화보다는 생각을 정리해 메시지로 전하는 데 익숙하고, 장황한 설명보다는 짧고 직관적인 표현을 선호한다. 오프라인 회의에선 조용하지만, 슬랙이나 업무용 메신저에선 훨씬 적극적이다. 텍스트 기반의 공간에서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던지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해내는 데 자신감을 보인다. 회의실보다는 디지털 공간에서 더 빛나는 특성이다.

그렇다고 회의 시간의 태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선 간단한 리액션이나 시선의 교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소통이 된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집중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는 있지만, 아무 말이 없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침묵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의 참여가 상대에게 ‘전달되느냐’는 점이다.

리더는 질문 방식부터 조정할 수 있다. “질문 있으신가요?”보다는 “이 중 공감되지 않는 부분은?”,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어디에 초점을 둘까요?”처럼 구체적이고 맥락 있는 질문이 더 효과적이다. 구성원들 역시 회의가 일방적인 전달로 흐르지 않도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양방향 소통을 위한 명확한 환경과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회의 안건을 사전에 공유하고, 구두 발언 외에 댓글이나 메신저로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의실이 조용한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관심이나 불성실로 판단하는 것도, 침묵 자체를 소통으로 미화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세대 간 표현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말이든 글이든 각자의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조직의 대화도 조금씩 열릴 수 있다. “왜 말이 없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어떻게 해야 말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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