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GA, 韓조선업 세계 최고 프로젝트… 美 정권 바뀌어도 협력 지속”[데스크가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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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가로 파격 승진 김의중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
서기관→국장급 깜짝 발탁 인사
‘이런 인사 가능하냐’ 공직사회 놀라… “첫 단추일 뿐 파격 인사 이어질 것”
트럼프 마음 훔친 ‘마스가’ 프로젝트… 美 대선 전부터 업계 소통 ‘빌드업’
한미 정상 통화 계기로 급물살… ‘마가’ 느낌 브랜드로 설득력 높여
“美 조선, 中 못 들어오는 유일 분야… 韓만 접근 가능한 새로운 시장”

김의중 산업통상부 제조산업정책관이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조선 협력을 상징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파격 승진으로 화제를 모은 김 정책관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이 담겼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김의중 산업통상부 제조산업정책관이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조선 협력을 상징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파격 승진으로 화제를 모은 김 정책관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이 담겼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쓰지만, 코스가(KOSGA)라고 읽습니다. ‘Korea Shipbuilding Greatest of All.’ 우리 조선업이 세계 최고로 남겠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실무에서 설계하고 밀어붙인 김의중 산업통상부 제조산업정책관(50)은 이 한 문장으로 프로젝트 핵심을 요약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겠다는 협력 구호이지만, 그 안에는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이 담겼다는 것이다.

김 정책관은 올 2월 화제의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서기관(4급)에서 부이사관(3급)을 건너뛰고 곧바로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국장급으로 승진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공모를 거치지 않은 직위로는 산업부 역사상 전례가 없으며, 정부 내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라고 직접 설명할 정도로 연공서열이 기본인 공직사회를 뒤흔든 파격 인사였다. 공직사회의 문법을 바꾼 김 정책관을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산업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승진이었다.

“전혀 몰랐다. 승진 얘기를 들었을 때도 당연히 부이사관으로 가는 줄 알았다. 차관께서 고생했다고 하면서 과장급에서 선호하는 자리로 이동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다. 그래서 ‘아, 이제 이동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국장 승진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들어서 깜짝 놀랐다.”

―막상 승진이 결정됐을 때 느낌은 어땠나.

“기쁘기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내가 이런 평가를 받을 자격이 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런 파격적인 인사를 받을 만큼 잘했나 싶기도 했고 부담이 상당했다. 승진 이후에 김정관 장관과 초계 잠수함 수주 지원을 위해 캐나다 출장을 같이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기죽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씀을 들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정말 많은 공무원에게 연락받았다. 경제부처는 다른 부처보다 승진이 늦은데, 다들 ‘이런 인사가 가능하냐’며 놀라워했다. ‘차라리 시원하다’, ‘우리 부처도 이런 인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공무원들 모이면 결국 인사 얘기로 끝난다. ‘과장에서 끝난다’, ‘국장 가기도 어렵다’는 식이다. 답이 없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가 조금이나마 자극이 된 것 같다.”

―이번 인사가 공직사회에 준 의미는….

“제 개인에 관한 관심보다는 어떻게 이런 인사가 가능한지에 대한 관심이 컸던 것 같다. 장관이 민간 기업을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중앙부처는 인사 적체가 심하다.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확실하게 보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제 사례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저는 첫 단추일 뿐, 앞으로 이런 인사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조선 담당 과장을 2년 반 정도 했다. 당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될지 관심이 많았다. 2024년 미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조선업을 중요하게 다룰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 조선업은 여야를 떠나 오래된 문제다. 산업 자체는 많이 무너졌지만, 정치적으로는 계속 이슈였다. 업계에서는 1970, 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볼 정도였다. 업계와 소통하면서 일종의 ‘빌드업’을 해왔다. 미국 조선업 관련 자료도 거의 없어서 규제나 시장 구조 등을 직접 연구하며 공부했다.

결정적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조선 협력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었다. 솔직히 정상 통화에서 언급이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간 준비해 둔 내용이 있어서 바로 대응할 수 있었다.”

―‘마스가’라는 구호는 어떻게 나왔나.

“자료를 준비하고 직원들과 논의하다가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식 먹으면서 아이디어를 나눴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느낌을 살리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마스가’라는 이름이 나왔다.

정책은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협상에서도 마케팅이 중요하지 않나. 좋은 포장지로 설명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마스가라는 브랜드가 우리 협상력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협상 과정에서 조선업은 어떤 카드였나.

“다른 수출 업종은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였다. 미국이 한국에 의존하는 조선업은 달랐다. 우리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카드였다. 그래서 관세 항목과는 별도로 ‘기회 분야’로 분류됐다.”

―마스가 프로젝트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나.

“다들 미국에 조선소를 새로 짓는 것은 ‘자살골’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화도 필리조선소를 헐값에 인수할 수 있었다. 지금 생산력을 10배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목표인데,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다.

이런 조건을 뚫고 미국에서 배를 제대로 건조할 수 있으면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들어올 수 없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다. 조선은 사이클이 심하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미국 시장이 하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군함과 방산 시장은 경제 안보 협력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리스크 요인은 없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다. 조선은 숙련 인력이 핵심이다. 미국은 평균 근속 기간이 2∼3년에 불과하다. 비자 문제로 외국인을 쓰기도 쉽지 않다. 마스가의 상징인 필리조선소도 자동화로 인력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정부도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고 있다.

미국에 기술만 유출되는 게 아니냐, 미국에만 일감 몰아주고 국내 조선업은 공동화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만 접근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가로세로 1m의 ‘마스가’ 패널을 만들어 발표했다. 출장 전날 밤새워 발표 자료를 준비했는데 장관이 “이렇게 설명하면 안 된다. 더 근사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직관적인 그림 한 장으로 축약하고, 미국 현지에서 KOTRA 무역관을 통해 판을 구해 대형으로 출력해 붙였다. 부랴부랴 만들었지만, 협상에 큰 도움이 됐다. ‘마가’ 모자를 본떠 만든 빨간색 마스가 모자도 반응이 좋았다.”

―마스가 패널의 내용은 무엇이었나.

“미국의 조선업 생산 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한국과 미국 조선소를 연결해서 키우게 될 생산 능력과 투자와 고용 효과를 동시에 보여주는 구조였다. 하나의 그림에 많은 내용을 압축했다. 미국 내 고용 창출 효과와 중국과 선박 규모 격차를 얼마나 빨리 좁힐 수 있을지, 약간의 과장도 있었지만,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미국 측에서도 인상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명확한 카운터파트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미국 조선업이 쇠락한 영향인지 미 상무부에 조선 담당 부서가 없었다. 산업으로서 조선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래서 협상은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리 측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큰 틀에서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실무 협상으로 이어졌다. 조직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실무 담당자가 지정돼 계속 협의하고 있다.”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마스가 프로젝트가 흔들리지 않을까.

“마스가라는 이름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조선업 재건이라는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과 선박 규모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에서 조선을 안보 산업으로 보고 있다.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조선 협력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프로젝트 규모가 상당하다.

“전체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가 조선 분야다. 조선업 투자는 사실상 한국에 맡긴 구조다. 우리가 제안하면 실적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마음도 급하고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게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맞춰서 구체적으로 제안할 내용들이 준비되고 있다. 기업들도 마스가라는 이름을 달고 1호 투자를 하려는 욕심이 있다. 대미 투자에 대한 관점은 확실하다.”

김의중 산업통상부 제조산업정책관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47회
△산업통상자원부 기술안보과장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행정관
△산업통상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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