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매의 반격' 김아림, LPGA 개막전 우승 "2025년은 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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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한국시간) LPGA투어 개막전 힐튼그랜드베케이션 TOC 우승 직후 양희영(오른쪽)에게 축하의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한국시간) LPGA투어 개막전 힐튼그랜드베케이션 TOC 우승 직후 양희영(오른쪽)에게 축하의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4시즌이 마무리되면서 한국 여자골프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거둔 우승은 단 3승. 2011년 이후 13년만에 가장 적은 승수를 기록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대교체가 중단되면서 한국 여자골프의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이어졌다.

2025년, 'K-자매'들이 LPGA투어에서의 부활을 알렸다. '긍정 에너지' 김아림(30)이 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200만달러)에서 4라운드 모두 선두를 지킨 끝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LPGA투어 개막전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9년 지은희 이후 6년만이다.

시즌 개막전에서 짜릿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투어 3승을 완성한 김아림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정말 재밌었고, 행복하다. 그리고 몹시 배가 고프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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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6년만에 LPGA 개막전 탈환
한국 여자골프는 최근 몇년 사이 LPGA투어에서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1년에 7승 이상을 쓸어담던 한국 골프는 지난해 세명의 선수가 3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한국의 빈 자리는 태국과 일본의 신진 선수들이 빠르게 채웠다.

김아림은 지난해 한국에 귀한 1승을 보탠 선수다. 2020년 US오픈 우승을 계기로 미국무대에 진출한 그는 지난해 11월 롯데챔피언십에서 투어 두번째 우승을 올렸고, 석달만에 1승을 더 추가했다.

김아림은 필드 위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선수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287야드를 기록한 시원한 장타, 여기에 재치있는 세러머니,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은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번 대회는 김아림에게 특히나 의미가 있는 무대였다. 최근 경기침체와 LPGA투어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수많은 LPGA 선수들이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채 시즌을 맞았다. 김아림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그의 후원사였던 한화큐셀이 골프 사업에서 손을 뗀 이후 새로운 모자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김아림은 위축되지 않았다. "빈 모자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모자를 쓰겠다"며 당당한 모습을 지킨 그는 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힐과 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대회 개막에 임박해 계약이 이루어진 탓에 김아림의 옷에는 후원사 로고가 강력 테이프로 붙었다. 그의 우승 기념 사진에서 상의에 있는 메디힐 로고가 군데군데 들떠있는 이유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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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다 맹추격에 "나도 버디해야지"
1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김아림은 내내 담대한 플레이를 펼치며 우승에 가깝게 다가섰다. 위기도 있었다. 이날 김아림에 4타 뒤에서 시작한 세계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7타를 줄이는 화려한 버디쇼를 펼치며 15번홀(파5)에서 김아림과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김아림은 흔들리지 않았다. 코르다보다 한 조 뒤에서 경기한 김아림 역시 15.16번홀 연속 버디로 응수하며 2타 차이로 달아났다.

마지막 18번홀(파4), 코르다는 7m 버디 퍼트를 잡아내며 1타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김아림은 "스코어보드를 보고 코르다가 추격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의 버디를 보고 '오, 버디했네! 나도 버디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다짐처럼 마지막 홀에서 중거리 퍼트를 성공시킨 김아림은 주먹을 불끈 치켜 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전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이번 대회에서 기분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잡아낸 고진영은 14언더파 274타로 이민지(호주)와 공동 4위에 올랐다. 김효주는 8언더파 280타로 공동 10위를 기록해 톱10에 한국 선수 3명이 이름을 올려 올 시즌 한국 여자골프의 반격을 예고했다. 올해부터 LPGA투어로 무대를 옮긴 윤이나(22)는 6일부터 열리는 파운더스컵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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