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기상 관측 이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사용량이 치솟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극심한 더위가 이어진 7월 2주차 한때 전력 최대수요가 95.8GW를 기록했는데, 이는 7월 기준 역대 최대치에 달한다. 극한 호우가 겹친 3주차에는 잠시 전력수요가 낮아졌으나, 4주차에 다시 급등해 예년 수준까지 올라섰다.
8월에는 전월보다 전력사용량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최대전력수요 상한치가 8월 둘째 주 97.8GW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 20일 97.1GW보다 높은 수치다.
여름철 전력사용량 증가세는 냉방기기 사용량과 비례한다. 폭염과 열대야 장기화에 따라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에어컨 가동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구당 에어컨 보급률이 98%를 돌파한 국내 특성을 고려하면 국민 대다수의 에어컨 이용 시간이 증가한 셈이다.
에어컨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 신체 건강에 위험 신호가 켜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바깥 기온과 내부 기온의 급격한 차이는 신경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어컨 냉기가 안면에 장시간 전달되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안면근육이 수축됨은 물론, 온도변화에 따른 면역력 저하로 안면신경마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말 그대로 눈과 입 주변 근육이 마비돼 얼굴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한쪽 안면 근육 움직임이 둔화되는데, 이 때문에 얼굴 비대칭이 굳어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입이 돌아가거나 눈이 감기지 않고 침 흘림, 눈물 흘림, 미각 장애, 청각 장애 등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안면신경마비는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면역력 저하 등으로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안면 근육 쇠약, 미각 소실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만약 얼굴에 감각 이상 등 초기 증상이 감지되면 곧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면신경마비 치료법은 다양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 침, 한약 처방 등 한의통합치료로 관련 증상을 호전시킨다. 안면부 추나요법(SJS 무저항요법)은 손으로 비뚤어진 안면 근육을 올바르게 교정하고 뭉쳐있는 근육을 풀어 통증과 기능 개선을 돕는다. 지창혈, 양백혈 등 안면부 주요 혈자리에 진행되는 침 치료는 얼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 안면근육 경직을 푸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환자 증상과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도 신경마비 개선과 면역력 향상, 체온 유지에 효과적이다. 특히 와사해표탕의 안면신경마비 효능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SCI(E)급 국제학술지 '염증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와사해표탕에 쓰이는 주요 한약재인 택란은 신경세포에 발생한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 재생 인자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적인 치료 외에 실내에서 가볍게 안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신경마비 예방에 효과적이다. 스트레칭은 '눈 크게 뜨고 깜박거리기', '입 벌렸다가 오므리기' 등이 있다. 귀가 후 따뜻한 물로 세안할 때 손으로 안면 근육을 풀어줘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 여름철 'N년 만의 폭염'이라는 기사가 등장하더라도 여름철 실내 적정 온도인 22~25도에 맞춰 생활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가급적 에어컨 냉기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피해 안면신경마비에 시달리지 않도록 주의해보자.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