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AI발 해고? 효과 검증보다 앞서간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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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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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실제로 해고를 촉발하고 있는가. 최근 채용 둔화와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생성형 AI를 그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술 산업과 저연차 인력, 고객 서비스, 프로그래밍 직군을 중심으로 이런 인식이 뚜렷하다. 포드, 아마존, 세일즈포스, JP모건 체이스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사내 화이트칼라 직종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동시에 반론도 제기된다. 경영진이 인원 감축을 정당화하기 위해 AI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AI를 이유로 해고를 단행했던 일부 기업이 뒤늦게 인력을 재고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상황을 단순히 ‘AI발(發) 해고’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AI가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파괴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는 질문은 우리 시대의 핵심 쟁점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예측의 상당 부분이 빗나갔다. 사라질 일자리 규모는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제시됐다. 반면 새로 창출될 일자리는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전망됐다. 노동시장의 변화 시점 역시 예상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다. 본 연구팀이 2025년 12월 전 세계 경영진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가 해고의 배경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이는 전적으로 AI의 영향을 사전에 예상한 조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가 약속한 성과를 아직 실현하지 못했는데도 일자리 감소와 채용 둔화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생성형 AI는 아직 초기 단계다. 전기나 인터넷과 같은 기존 기술 혁신 역시 노동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현재 많은 조직에서 생성형 AI가 기대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해고를 통한 대규모 비용 절감이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채용 둔화 역시 경기 침체 우려나 팬데믹 기간의 과잉 채용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AI는 일반적으로 특정 업무를 수행할 뿐 전체 직무를 대체하지 않는다. 예컨대 “5년 내 AI가 인간 방사선 전문의를 능가할 것”이라는 과거 전망이 있었다. 현재까지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방사선 전문의는 확인되지 않는다. 해당 직무가 영상 판독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분야는 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AI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일부 직무에서 개인 생산성이 10∼15% 개선됐다는 초기 증거는 있다. 하지만 이를 조직 전체의 효율성과 고품질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전환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직원들 역시 경영진의 기대에 비해 AI 기반 생산성 향상이 제한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주목할 만한 결과를 보여 준다. 다수의 기업이 AI 도입을 예상하며 인원 감축을 단행했거나 채용을 줄이고 있다. 응답자의 39%가 소규모에서 중간 규모, 21%가 대규모 인원 감축을 했다고 답했다. 29%는 향후 AI 도입을 예상하며 평소보다 적은 인원을 채용 중이다. 반면 실제 AI 도입과 관련해 대규모 인원 감축을 이미 단행한 기업은 2%에 불과했다. 기업이 AI의 실제 효과가 확인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접근은 조직 안팎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를 이유로 해고를 발표하거나 채용을 중단하면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불안 신호를 줄 수 있다. 이는 구성원들의 AI 활용 노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해고 원인을 AI 탓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냉소와 불신도 확산할 수 있다. 실제로 AI를 이유로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던 일부 기업은 서비스 품질 저하나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AI 도입과 인력 조정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정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중심으로 AI의 효과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력 감축은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자연스러운 이탈을 활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AI를 기존 업무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촉진제로 활용해야 한다.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다만 그 속도와 방식은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직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근거로 대규모 해고를 정당화하는 것은 서툰 비용 절감 시도일 뿐이다.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AI로 성과 못 거뒀다면 행동과학에 주목하라’를 요약한 것입니다.

토머스 H. 데이븐포트 미국 뱁슨대 석좌교수
락스 스리니바산 리턴 온 AI 연구소 공동 창립자 겸 CEO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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