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97〉선의(善意)를 지키는 가장 차가운 방파제

4 hours ago 2

김병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사무총장·경영학 박사 아이들의 방과 후를 지키는 어느 소규모 지역아동센터의 모금 페이지 하단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복잡한 간편결제나 카드 인증이 어려우신 어르신께서는 센터 후원계좌를 통해서도 마음을 보태실 수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투박한 지역 상호금융 계좌번호와 센터장의 이름이 나란히 자리했다. 솔루션 운영 담당자로서 계좌번호 삭제를 안내할 때의 감정은 늘 무겁다. 이는 수수료를 아끼려는 얌체 행위가 아니라 현장의 절박함이 남긴 흔적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본인 확인과 결제창 앞에서 발길을 돌릴 고령 후원자 한 사람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노심초사가 그 한 줄에 담겨 있다. “횡령하겠다는 뜻도 아닌데 왜 굳이 막느냐”는 서운함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 서운함 너머에는 마주해야 할 맹점이 있다. 단체의 선의가 시스템 바깥의 범죄에 노출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쪽은 역설적으로 그 단체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솔루션이 지키려는 것은 결제 편의성이 아니라, 단체가 감당할 수 없는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비영리 생태계는 최근 몇 년간 이른바 '통장 묶기'—타인 명의 계좌를 범죄에 끌어들여 자금을 세탁하는 수법—의 손쉬운 표적이 되어 왔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에게 온라인에 공개된 후원계좌로 입금을 유도한 뒤, 단체 측에 “후원금을 잘못 송금했으니 돌려달라”며 환급을 요구해 범죄 수익금을 가로채는 식이다. 피해자도 단체도 서로 알지 못한 채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 통로로 이용당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범죄 의심 계좌는 피해 구제 신청 즉시 지급정지 처분을 받는다. 법무팀을 갖춘 대형 복지재단이라면 바로 소명 절차를 밟겠지만, 센터장 한 명이 돌봄과 행정을 함께 떠안는 영세 단체는 수개월에 걸친 조사 과정에서 마비된다. 통장이 묶이는 순간 아이들의 당일 급식비조차 결제하지 못하고 공과금과 월세가 밀린다. 단체의 선의가 타인의 범죄에 볼모로 잡히는 셈이다. 위험은 계좌 동결 같은 보안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비공식 계좌 거래는 홈택스 기부금 영수증 시스템과 자동 연동되지 않아 세무 리스크를 만들고, 기부금품법상 모집 등록 한도를 넘어설 위험도 있다. 여기에 솔루션이 약속한 매칭 펀드의 정합성까지 깨지면서, 대중이 단체를 신뢰하는 근거인 '검증된 회계'에 균열이 남는다. 기부자가 지갑을 여는 이유는 결국 이 투명성에 대한 믿...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