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58〉합의 속에 숨어 있는 방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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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완벽한 합의'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문제는 모든 결정에서 '완벽한 합의'를 이루려는 환상이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조직과 사회에서는 여전히 “모두가 동의하는 방향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는 논리에 갇혀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신사업을 추진할 때, 모든 부서가 동의해야만 진행된다고 가정해 보자. 재무팀은 비용 문제로 반대하고, 마케팅팀은 시장성이 낮다고 우려하며, 개발팀은 현실적인 기술적 한계를 지적하고,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사업은 무기한 연기된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변화도 만들어 낼 수 없다.

완벽한 합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면 실행에 옮기고, 문제가 발생하면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실제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나 정책이 성공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100%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낸 후 실행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능한 최선'을 찾아내는 것이다.

실행이 중요한 시대, 결단력은 곧 생존이다.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은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결정을 미루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완벽한 합의를 기다리는 것도 답이 아니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으며, 한 가지씩 풀어나가야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태도는, 무작정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안이든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완벽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 아니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악의 상황 해결을 위해 빠른 결단이 요구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완벽한 합의를 기대한다. 그러나 위기일수록 리더는 불완전함을 인식하되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합의를 추구하되, 그 과정에서 결정을 방해하는 인물들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방해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 뱀파이어다. 이들은 겉으로는 합리적 비판을 가장하지만, 실상은 결정 자체를 지연시키거나 무의미한 논쟁을 유발한다.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 지적에만 몰두하며, 팀의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리더는 이런 상황에서 묵묵함과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모든 의견을 수용하려다 보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완벽한 합의는 없다. 그러나 불완전한 합의라도 실행하면 그 안에서 배우고 개선할 수 있다. 반면,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면 변화의 흐름에 떠밀려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된다. 최악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리더는 잘못된 결정의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시행착오 속에서 학습할 줄 아는 사람이다. 문제의 복잡함과 사람들의 불만을 받아들이면서도, 에너지 뱀파이어에게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묵묵함이야말로 우리가 따르고자하는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이지 않을까?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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