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국회, 전기본 발목잡기 사라져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2/16/news-p.v1.20250216.cea4e75aba324bcf8aed3eb410982cef_P1.jpg)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행의 최종 관문인 국회 보고가 곧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정부안이 확정된 지 5개월여 만이다. 국회와 관가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11차 전기본을 보고 받기로 했다. 이날 보고가 이뤄지면 제11차 전기본은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실행된다.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이다. 전기본은 장기 전력 수급 예측을 통해 전원을 구성하는 국가 법정 계획이다. 지난해 5월 총괄위원회가 초안을 발표했고 산업부가 부처 협의, 공청회 등을 마치고 9월 정부안을 마련했다.
이후 국회 보고 절차에서 난맥이 빚어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전 축소,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보고 절차를 보이콧했다.
전기본의 국회 보고가 지연되고 해를 넘기자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2026년 전력계통 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설치 사업 등이 근거인 제11차 전기본 부재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산업부는 급기야 조정안을 마련했다. 당초 정부안은 2038년까지 대형 신규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 건설 계획을 담았다. 조정안에선 신규 원전을 3기에서 2기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력 부족분을 채우기로 했다. 전기본 이행이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고 보고 '플랜B'를 가동했다.
여야 안팎에서 조정안에 대한 논란이 크지 않았고 보고 일정 합의까지 이뤄졌다. 다행히 제11차 전기본은 이렇게라도 실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전기본을 둘러싼 국회 진통이 상수가 된 것이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 수십 명이 수개월에 걸쳐 과학적으로 예측한 전력 수요를 기반으로 전기본을 수립해도 앞으로 국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여야가 '원전 vs 재생에너지' 공방을 이어가는 한 전기본은 에너지 이념 다툼의 볼모로 활용될 게 뻔하다.
전기본의 실행 절차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세계 각국도 에너지 믹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전, 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해 다양한 목소리가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정부가 수립한 계획을 국회가 과학적 근거 없이 무작정 거부하는 사례는 드물다.
상당수 선진국은 전력 계획에 장기 전력 수요 예측, 즉 아웃룩만 담고 전원 구성은 시장에 맡긴다.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도 이런 변화를 모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국가 에너지 대계의 실행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 국회가 특정 에너지원은 무조건 안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때마침 여야 내부에서 에너지 이념 논쟁을 종식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지금까지 특정 에너지원의 독자 생존만을 외친 결과가 혼란, 갈등만 빚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것을 느낀 결과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혼란과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우선돼야 할 일은 불필요한 정쟁 걷어내기라는 것을 국회는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