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혁명, 그리고 초저출생·초고령화라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말 그대로 '대전환'의 시대다. 변화의 폭과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 대학도 이제 전통적인 대면 수업 방식의 교육 패러다임에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대학이 대전환의 시대를 헤쳐 나갈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대학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면 디지털 전환, AI 혁명, 초저출생·초고령화라는 대전환 시대에 대학은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과 AI 활용 능력을 기본 소양으로 가르치고 AI를 활용한 교육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전공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과 AI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을 필수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맞춰 커리큘럼을 유연하게 개편하고, 문제 해결형 학습(PBL)의 활성화, 실험·실습 교육 및 산업체 현장 실습 강화, AI 교수와 멘토링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의 강화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교육은 교수의 역할을 강의 중심에서 코칭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것이다.
디지털·AI 전환 시대의 교육 혁신 모델로서 학생 교육 우수대학 1위 평가를 받은 한국기술교육대학교(한기대)의 실천 공학 교육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한기대는 AI·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융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공학·기술 교육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요소를 접목해, 모든 전공에서 AI 활용 능력을 필수적으로 익히도록 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 공동으로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현장 실습 및 PBL 수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국 대학생 장기 현장 실습 교육(IPP) 참여자 1200여명 중 3분의 1이 넘는 400여명이 한기대 학생일 정도로 산업 현장과 연계된 실험·실습 중심 교육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한기대는 최첨단 다담미래학습관에서 에듀테크 기반의 첨단 기술 교육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교육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전 교수들을 대상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강의 혁신 경진대회를 열었다. 이는 교수들이 생성형 AI가 교수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오히려 생성형 AI를 교육 혁신의 도구로 잘 활용하도록 유도해 AI에 대한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기 위함이었다. 경진대회에서는 강의 준비와 학생들과의 소통, 멘토링 및 코칭 서비스에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학업성취도를 높이며, 교수들의 강의 준비와 학생 지도 시간을 절약한 사례들이 발표돼 교수들 간에 큰 호응을 얻었다.

한기대는 작년 2학기에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는 필수 공통 교과목 하나를 골라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서 AI 휴먼 교수를 활용한 교육 효과를 실험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는 AI 휴먼 교수와 AI 튜터만 활용해 이러닝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두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는 1주 차에는 대면 수업을 한 후 2주 차에는 AI 휴먼 교수와 AI 튜터를 이용한 학습을 하는 방식을 번갈아 가며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해 진행했다. 세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는 전통적인 대면 수업 방식으로만 수업을 진행했다.
시험 결과 두 번째 그룹 학생들이 학업에 대한 흥미와 학업성취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가장 높게 나왔으며,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번 실험적 연구 결과를 통해 이제 대학 교육에서도 교수와 AI 휴먼이 협력하는 온·오프라인 병행 교육이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흥미 유발과 자기 주도적 학습과 코칭을 통해 학습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AI 휴먼의 교육에서의 활용은 교육 과정의 혁신, 교수의 시간 절약, 교수와 학습자와의 상호 작용 강화, 학생들의 학습 역량을 고려한 맞춤형 학습의 실현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는 AI를 교육에 활용하더라도 인간 교수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인간 교수자와 AI 휴먼 교수자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혁신적인 교육 모델을 개발하는 과감한 도전에 나설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초저출생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대학은 기존의 20대 학령인구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평생학습과 평생 직업 능력 개발의 핵심 기관으로 그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특히, AI와 디지털 기술 변화에 맞춰 기존 직업인의 재교육과 직무능력 향상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기대가 정부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직업훈련플랫폼(STEP)'을 활용한 온라인 성인 학습자가 지난해 400만명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미래의 대학이 갈 방향을 시사한다.
대전환 시대의 대학은 단순히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변화를 주도하는 고등교육기관이자 평생 직업 능력 개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 대학은 단순한 학위 수여 기관이 아니라, 디지털·AI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고,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변화의 파도 속에서 대학이 중심을 잡고 앞장설 때, 우리 사회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필자〉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은 정부, 연구기관, 대학, 공공기관을 두루 거친 고용노동 분야 전문가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23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에서 고용노동정책, 교육정책, 과학기술정책, 복지정책 등을 담당했다. 1989년에는 한국노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나라 고용보험제도 도입과 제도 설계를 주도하고 제도 정착에 기여해 '고용보험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노동연구원 고용보험연구센터 소장, 부원장을 거쳐 2006년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로 옮겨 인력개발전문대학원에 고용 전공을 신설하였고, 동 대학원장을 지냈다. 2013년 12월부터 3년간 고용정보원장을 역임하면서 고용정보원을 공공기관 혁신의 롤 모델을 만들었다. 2023년 6월에 한기대 총장으로 취임하여 대학을 “'좋은 대학'을 넘어 '위대한 대학'으로” 혁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