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오늘날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특히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HRM) 분야에서도 AI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HRM영역 중 채용과 면접 과정에서의 AI 활용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2024년도 기준으로 24%의 기업이 AI를 활용한 면접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HR 담당자 다수가 채용 공고 작성이나 지원자 선별, 인터뷰 평가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이력서 자동 분석이나 화상면접 평가에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해 AI가 구직자의 표정, 어조, 단어 선택 등을 분석해 적합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의 알리바바 또한 AI를 이용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서류 심사 및 면접 과정까지 자동화하는 등 AI의 활용이 실제로 기업현장에서 널리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효율성 향상에 대한 이슈는 실증적 연구에서도 뒷받침되었는데, Ouakili(2025)의 연구에 따르면, HR 전문가들의 AI 도입과 채용 프로세스 개선과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 평균 3.82점의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AI를 통한 인적자원관리는 앞으로 개인화된 맞춤형 인사관리와 기존 HRM 시스템과의 통합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 아래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의 인사관리 콘퍼런스인 SHRM(Society of Human Resource Management)에서도 몇 년 전부터 조직과 AI의 협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를 주제로 삼고 있다.
통상적인 인사관리 업무의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측면 외에도, AI를 이용하는 가장 큰 장점은 조직을 위한 전략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에 따르면, 주요 의사결정자의 91%가 자동화 및 AI를 통해 채용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것이 향후 조직의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인식은 AI가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에 의해 가능해진 것인데, AI는 조직이 더 정밀하고 예측 가능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확보가 필요한 인재를 더욱 신속하게 영입하며, 채용 주기를 지연시키는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AI가 이러한 통찰을 제공하고 직무 성과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기존의 사람에 의한 직관 중심의 채용 방식에서 데이터 중심 접근법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이 변화는 전통적으로 '인간 중심'으로 여겨지던 인사 부서가 점차 데이터 분석의 핵심 허브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원자 평가에서 평가자의 편견을 줄인 채 데이터 기반의 공정한 평가를 가능하게 하고, 선발된 직원에 대한 맞춤형 관리와 교육,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인사관리 조직에서 미처 이용하지 못했던 방대한 인사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직 예측, 성과 관리 등 데이터 기반의 HR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AI의 활용에서 우려할 만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에 따라 기존의 인간이 가지고 있던 편향을 재생산하거나 증폭시켜 의도치 않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안, 사전 동의 확보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AI 기반 채용 도구는 본질적으로 이력서, 경력사항, 소셜미디어 활동, 영상면접 녹화, 심지어는 얼굴 표정 및 목소리 톤과 같은 생체 정보까지 포함하는 대량의 민감한 지원자 데이터를 수집·처리하는데, 법적·윤리적 관점에서, 조직은 지원자에게 그들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수집, 처리, 활용되는지에 대해 충분한 고지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또 데이터 활용은 채용 목적에 한정되어야 하며, 수집되는 데이터의 양도 가능한 한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AI의 채용 분야 통합은 인사관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을 의미하고 AI의 인적자원관리 활용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지만, 동시에 AI 기술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지속적인 기술 검증과 윤리적 기준 정립이 필수적이다. 즉,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간-AI 협업 수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 윤리적이고 설명 가능한 AI를 위한 가이드라인,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규제 환경의 지속적 모니터링 등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AI는 이미 인적자원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술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HRM의 미래를 위해 사회 전반에 걸친 정책적, 사회적 합의를 통한 선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정 인하대학교 경영대학장 kimhj@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