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팀, 조선왕조실록·문과방목 분석→관료 1만4000명 경력 패턴 규명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조선왕조실록은 약 600년의 역사를 또박또박 적어놓은 대기록물이다. 국내 연구팀이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1만4000여명의 관료 지도를 분석해 권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왕과 사는 남자’가 큰 인기를 끌며 단종과 세조의 비극적 역사 ‘계유정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속 권력 다툼은 극적이다. 실제 역사 속 관료들의 운명도 계유정난을 통해 바뀌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국제 연구팀이 조선왕조실록과 과거 급제자 기록을 데이터로 분석, 조선 관료 사회의 성공과 몰락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1일 발표했다.
계유정난 이후 세조와 가까웠던 관료들은 공신이 되고(빨강), 안평대군과 가까웠던 관료들은 숙청(파랑)되면서 관료제에 큰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사진=KAIST]KAIST(총장 이광형)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 연구팀은 홍콩침례대학 최동혁 박사(KAIST 졸업생)와 홍콩대학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조선왕조실록과 문과방목(文科榜目, 과거 급제자 명단)을 디지털 인문학과 복합계 과학 방법론으로 분석해 조선 관료 1만4600여 명의 경력 패턴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공정한 인재 등용 시스템이 유지될 때는 사회가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특정 집단에 권력이 집중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평등이 심화될 경우 국가 전체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조선의 멸망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의 붕괴’의 결과였다는 점을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600년이 넘는 기간의 국가 운영 기록을 담은 세계적 유산이다. 당시 정치·사회 구조를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다. 연구팀은 먼저 조선 초기 권력 구조 극적 변동 사태인 1453년 ‘계유정난’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단종, 수양대군(세조), 안평대군과 교류한 관료들의 관계망을 구축한 결과 세조와 가까웠던 인물들은 공신으로 부상했다. 안평대군 측 인물들은 숙청되는 등 권력 변화가 관료 사회에 끼친 영향이 데이터로 명확히 드러났다.
다만 이러한 무력 정변은 조선 역사상 극히 소수의 사례였기 때문에 연구팀은 관료제의 일반적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장기적 분석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관료가 맡았던 관직의 높이와 재직 기간을 종합해 ‘총성공지표(Total Success Index)’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각 관료가 얼마나 높은 지위에서 얼마나 오래 활동했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조선 건국 이후 약 400년 동안 출신 가문이나 지역과 개인의 성공지표 사이에는 일정 수준의 상관관계는 있었다. 그 수준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정상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정 수준의 공정성과 사회적 이동성이 유지됐음을 의미한다.
조선 후기로 접어들며 이러한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안동 김씨, 풍양 조씨 등 특정 가문이 경쟁이 아닌 권세를 통해서 과거 급제자와 고위 관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관료 사회의 불평등이 급격히 심화됐다.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가문이 관료의 성공 지표를 집중적으로 차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공정한 인재 등용 시스템의 붕괴를 뜻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실력 본위의 등용 시스템이 무너진 구조적 변동를 해결하지 못한 조선 사회는 곧 쇠퇴와 멸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역사는 이 외에도 사회·경제적 변화, 외부 등 국제적 영향, 데이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저변의 변화 등 입체적 요소가 많아 단순히 접근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박주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기간의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는 한계를 넘어 한 국가 전체 구조의 역사적 변동을 관찰한 사례”라며 “국가의 흥망성쇠에 개인과 집단의 행위가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사회의 공정성과 인재 등용 문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화된 역사 자료와 과학적 데이터 분석의 결합은 과거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미래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조선사 데이터베이스를 확장, 해외의 관료제와 비교하고 전 세계와 교류 기록도 분석해 조선의 국제사적 의의를 거시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논문명: Total Success Index and the Longitudinal Dynamics of Bureaucratic Stratification in Joseon Korea)는 홍콩침례대학 최동혁 박사(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 졸업)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통계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Physica A: Statistical Mechanics and Its Applications’ 4월호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포토뉴스

![[속보] 아르테미스 2호 마침내 발사](https://image.inews24.com/v1/50a4a0b140c7bd.jpg)






![[인&아웃] 호르무즈 톨게이트](https://img6.yna.co.kr/etc/inner/KR/2026/04/01/AKR20260401138900546_01_i_P4.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