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대한민국이 국제연합(유엔)의 '글로벌 인공지능(AI) 허브' 유치와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AI 허브는 주요 국제기구가 기후·보건·식량·일자리·난민 등 글로벌 난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범지구적 AI 협력 플랫폼이다. 지난 3월 제네바에서 6개 유엔 기구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고, 이어 5월에는 총 9개 국제 기구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5개의 다자개발은행(MDB)도 참여 의사를 밝히며 유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대한민국이 유엔 글로벌 AI 허브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상징적 참여를 넘어 국제 AI 거버넌스의 실질적 설계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AI 패권은 기술 경쟁을 넘어 실행 단계의 규범 경쟁, 데이터 경쟁, 인재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AI 허브 유치는 국제협력의 외형 확장을 통한 국가 위상 제고의 기회인 동시에 중장기 산업·사회 전략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해석돼야 한다.
첫째, 유엔 AI 허브를 국제 AI 규범 형성의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 AI의 확산은 기술적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안전성, 책임성, 투명성, 공정성에 관한 제도적 쟁점을 심화시키고 있다. 허브를 통해 AI 윤리 원칙, 안전성 검증 기준, 고영향 AI 관리체계, 공공부문 활용 기준 등을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논의하는 장을 조성해야 한다. 기술 수용국이 아닌 규범 선도국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허브의 핵심 목표는 문제해결형 공공 AI 전환(AX)에 둬야 한다. 유엔이 기후위기, 보건, 식량, 이주, 교육 및 개발 격차 등 인류 공통 과제를 전면에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허브의 성과는 고성능 모델의 보유 여부보다 실질적 사회문제 해결 능력으로 평가될 것이다. 재난, 보건, 복지, 교육 등 공공부문에서 검증 가능한 AI 적용 사례를 축적하고 국제사회와 공유 가능한 표준화가 필요하다.
셋째, 국내 AI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 구조를 갖춰야 한다. 국제기구와의 협력체계가 국내 산업과 단절될 경우, 허브는 외교적 상징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공공 프로젝트, 조달 시장, 실증 사업, 공동 연구를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국내 기업이 국제 공공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참여 경로와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AI 인재 양성과 국제 교류의 허브로서 기능해야 한다. AI 허브의 지속가능성은 인적 자본의 축적에 달려 있다. 산·학·연이 연계된 교육·연구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국제 기구와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국내 인재의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을 글로벌 AI 협력의 인재 중심지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다섯째, 기술주권과 개방형 협력의 균형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국제 협력의 본질은 폐쇄성이 아니라 상호운용성과 신뢰성에 있다.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의존을 줄이되, 표준·데이터·모델·인력의 교류를 촉진하는 개방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한국형AI 전략이 배타적 자립론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현실적 경로가 된다.
글로벌 AI 허브는 AI 시대 국가 전략을 재설계할 거대한 정책 실험장이다. 허브를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 AI 거버넌스의 구심점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김동환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부회장·포티투마루 대표
crisp@42Maru.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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