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공존 모색하는 한국문학 번역의 미래[기고/곽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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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순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장

곽순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장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의 위상이 한층 공고해지며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커졌다. 한국의 순수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문학과 문화·예술 콘텐츠, 웹툰까지 해외 수요가 늘면서 번역의 중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인간 번역과 인공지능(AI) 번역에 대한 관심 또한 뜨거워졌다. 인간과 AI 번역본을 비교하는 시도부터, 번역가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인간 대 AI ‘번역 대결’의 승자를 가리려는 시도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대결 구도는 과도한 일반화로 이어질 수 있다. 원문과의 정합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짧은 결과물만으로 번역의 우열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AI 번역을 활용한 이른바 ‘딸깍 출판’으로 만든 책에서 오역이 발견돼 AI 번역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도 있다. AI 번역에 대한 성급한 과대평가는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AI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그런 만큼 이러한 논란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과 AI가 번역이라는 영역 안에서 각자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공진화(co-evolution)해야 하는지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한국문학번역원이 진행한 ‘AI 시대 인간 번역의 가치’ 정책토론회에서도 번역가의 AI 활용과 관련해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역량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학작품을 번역할 때 번역가는 원문의 글자 하나하나, 문장의 배열, 단어의 소리와 리듬 같은 요소들을 느끼며 의미를 해석한다. 번역물은 결국 이러한 주관적 해석의 결과물이다. 보조적 수단으로써 AI를 번역 과정에 참여시켜 번역가로 하여금 새로운 대안을 떠올릴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은 단순히 단어를 치환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옮기는 작업이다. 그래서 작품의 언어적 결을 살리는 번역의 완성도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토론회에서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잘 활용해 번역 역량을 높일 더 많은, 유능한 인간 번역가”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상상력과 창조성, 감성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인간의 정신 활동을 AI와의 공존 모색을 통해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학번역에서 AI와의 공진화를 고민하며 인간 번역가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문학번역 지원과 번역가 양성 시스템의 구축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과 번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한국 문학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지키고 발현된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문학번역 지원과 번역가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대학원대학교가 2027년 9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문학과 문화를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번역가를 양성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하는 기관이다. AI 시대에 유능한 인간 문학번역가 양성을 교육 목표로 하는 번역대학원대의 책임 있는 행보가 기대된다. 한국 문학 번역이 나아가야 할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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