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손기술’ 분야까지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정밀한 감각과 숙련이 필요한 작업은 대체가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로보틱스와 AI가 결합되면서 이 같은 ‘안전지대’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한재권 에이로봇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금까지는 변호사·회계사처럼 머리를 쓰는 직업이 먼저 영향을 받았지만, 이제는 손으로 하는 정밀 작업까지 대체 가능성이 논의되는 단계”라며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면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CTO는 “사람이 직접 하던 단순 반복 작업은 이미 상당 부분 대체가 가능하다”며 “이제는 정밀 조립처럼 숙련이 필요한 작업까지 로봇이 수행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기술 발전 속도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며 “앞으로 5년 안에는 손기술 기반 직종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은 인간의 ‘감’과 ‘노하우’로 불리던 영역이 데이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작업은 센서와 AI를 통해 수치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이 동일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피지컬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로봇은 미세한 힘 조절과 정밀 동작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로보틱스 분야의 최대 난제였던 ‘사람 손 수준의 정밀 제어’가 최근 1~2년 사이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물건을 집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손가락처럼 미세하게 힘을 조절하는 단계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생성형 AI와 결합되면서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고, 이제는 AI가 하지 못할 영역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제조 현장에서 특히 뚜렷하다. 김 대표는 "과거 20~30년 경력의 숙련공이 경험과 감에 의존해 수행하던 작업도 AI로 대체되고 있다. 제철 공정에서는 원료 투입 시점을 작업자의 판단에 맡겼지만, 최근에는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이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그 결과 불량률이 기존 약 5% 수준에서 2%까지 낮아지는 등, 베테랑의 경험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일자리 소멸’로 보지는 않는다. 한 CTO는 “농업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며 직업이 바뀌었듯, 앞으로도 새로운 역할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인간은 기존에 노동으로 보지 않았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자동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고된 노동을 기피하는 흐름이 뚜렷해 로봇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로봇이 투입되지 않으면 산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로보틱스 도입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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