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말 주주총회 등 거쳐 사내이사 선임 전망⋯AI 등 사업 진두지휘할 듯
글로벌 시장, 기술 패권 경쟁 속 주권 강조⋯'은둔의 경영자' 관련 언급도
[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약 7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한다. 오는 3월 26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등을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의 격전지로 부상한 인공지능(AI) 등의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더욱 안정감 있는 성장을 이끄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사회에서 물러났던 이 GIO가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하는 데는 빅테크(대형 IT 기업)와 더불어 최근 급부상한 챗GPT, 딥시크 등 글로벌 AI 공세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에 따른 결정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경영 철학과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그간의 발언들을 모아봤다.
'빅테크'와 국경 없는 경쟁⋯기술 패권 경쟁 속 주권 강조
그동안 공개 강연 등의 자리에서 이 GIO는 글로벌 시장·기술 패권 경쟁 등과 관련해 꾸준히 언급해 왔다. 2016년 10월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인사말을 통해 이 GIO는 "인터넷 시장은 국경이 없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빅테크)과 바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자금도 많고 인재도 많이 확보하는 업체와 경쟁하려면 기술이 중요하고 (기술이) 회사 경쟁력의 근본이라고 생각해 회사 인원의 반 이상은 반드시 개발자, 기술자여야 한다고 보고 있고 이를 지켜 왔다"고 했다.
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가 공동 주최해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정보)를 빼앗기는 건 매출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며 "우리가 우리 손으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500년, 1000년이 지났을 때 선조들의 문화재를 누가 가졌느냐에 비견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네이버 덕에 후손들이 데이터를 잘 지키고 분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5월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구절('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을 인용하며 다양한 AI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의의 정상 세션에 참석한 그는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은 그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이런 관점에서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맥락을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에는 손사래도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에 대해 언급해 온 점도 눈길을 끈다. 2014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진행된 리더스포럼에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강연 후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이 GIO는 "은둔형 경영자에 대한 수식어에 억울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에는 이사회 의장이었던 이 GIO는 "은둔이란 회사 일을 안 하고 숨어 있거나 뒤에서 조종하는 것일 텐데 1999년 창업 이후 매일 열심히 일했다"며 "노키아, 닌텐도 등 추앙받던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위기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5년 뒤인 2019년 6월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는 좌장의 질의에 이 GIO는 "네이버 20주년을 맞아 (오해를) 풀고 싶은 이야기"라며 "절대 은둔의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0주년을 맞아 다른 수식어를 만들어 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매일 회사로 출근해 직원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며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도 '은둔형'이라고 하더라"며 "어떤 이들은 저를 처음 보고 '멀쩡하시네요'라는 말까지 했다"는 일화를 전하며 웃어 보였다.
공식 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이 GIO는 "생각이 계속 바뀌는데 '인터넷이 이렇다 저렇다' 밝히는 게 맞나 싶었다"며 "생각이 바뀐 뒤에도 예전 생각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비칠까 걱정은 되는데 그렇다고 외부 활동을 자주 하기에는 (사업적으로 할 일이 많아) 여유가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