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이 5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했으나 흥행에 참패한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에 대해 "촬영을 할 때부터 시청자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고 호불호가 갈릴 줄 알았으나 도전한 작품"이라는 취지의 소감을 전했다.
공효진은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당분간 공효진'에 '늦은 감이 있었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영상을 게재했다. 공효진은 '별들에게 물어봐'를 언급하며 "소화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파스타', '질투의 화신'을 쓴 서숙향 작가와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연출한 박신우 감독이 의기투합한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정거장과 지구를 오가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이민호, 공효진, 오정세, 한지은 등이 출연했다.
이 작품은 제작 준비 기간만 5년, 제작비는 500억원에 이르는 대작이었다. 하지만 반복된 베드신, 시대착오적 대사, 난해한 전개 등이 논란이 되면서 시청률 2% 대로 종영했다.
공효진은 "이렇게까지 사전제작은 처음이다. 모든 프로세스가 새로웠다. 2년이나 후반작업을 하고 내용도 어려웠다. 보실 때 이 얘기가 쉽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부터 작가님이 하고 싶어 한 이야기는 생명을 만드는 이야기였다. 우주에서 과학자들이 제일 열심히 하는 연구는 사람과 동물이이 번식을 하면서 대를 이어갈 수 있느냐더라. 그게 현실이다. 저는 연구를 하는 사람(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이 드라마에서 공효진은 기존의 러블리한 이미지를 탈피해 리더십 강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에 대해 "작가님께 감사하다. '내 상상속에 이런 모습도 있다'는건 배우들에게 감사한 일이다. 우리 드라마의 모든 캐릭터가 다 다른 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극 중 공효진이 연기한 이브는 우주에서 임신에 성공했으나 출산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다. 드라마 말미엔 이브의 유골을 우주에 뿌린 후 "살아있는 모든 것은 기적"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같은 엔딩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공효진은 "저희 엄마는 3일을 울었다. 내가 죽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죽는 역할이 많이 없었다. 늘 해피엔딩이었다. 이번 드라마에선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다. 엔딩에서 주인공 죽으면 늘 분분하다"고 했다.
아울러 "사실 엄마가 (드라마를) 어려워했다. '이거 다음 주는 재미있어지니?' 이랬다. 그때 어른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걸 알았다. 디폴트 값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고 낯설어서 (흥행이) 어려운 상황일거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공효진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촬영했다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늘 새로운 것의 시작은 호불호가 있다. 누구 때 언제쯤 몇번째 나온 작품에 먹히느냐는 앞에 있던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겠지만 아무도 몰라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염두에 두고 다 알고 있었던 거다. 우리가 충격속에 휩싸였을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말라"며 웃었다.
촬영 비하인드에 대해 16부 중 딱 한 회 빼고 다 우주 배경이라 와이어를 착용하고 촬영을 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공효진은 "한 회차 찍는데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무중력을 표현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매일 와이어를 타고 15시간 촬영을 했다. '이제 진짜 내려주세요' 하면서 내려왔다. 혈액순환이 너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거를 1년을 찍었다는게 진짜"라며 "찍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한 2개월째부터 이거 방송 나갈 수 있나 했다. 배우들은 이렇게 멀쩡하게 볼 수 있게 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공효진은 "이번 드라마는 값진 경험이었다"며 "그동안 드라마는 방송이 되고 반응을 동시에 봤는데 이렇게 찍은지 한참된 후 나온 작품은 처음이다"라며 "배우들도 배우지만 스태프들이 진짜 고생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또 "다 끝나고 나니 나 자신에게 '너 진짜 고생했다'고 하고 싶다"며 "드라마는 늘 비슷한 기분으로 시작과 끝을 맞았는데 이번엔 좀 새로웠다. 한번 더 겪어보고 싶은데 겪어보고 싶진 않다"고 너슬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150명의 스태프들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것"이라며 "다양성을 위해 감내하보자. 우리가 한번 뛰어넘어보자 이런 마음이었다. 한동안 (우주장르는) 엄두를 안내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