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라 그란 비아. 가장 크고 화려한 부스들이 자리잡은 곳은 삼성전자, SK텔레콤, ZTE, 샤오미, 도이치텔레콤 등 주요 기업들이 모인 3관이다. 이곳에서부터 무수한 인파를 뚫고 10분 이상 북쪽으로 걸어가면 8관이 나온다. 부스라고는 책상 한 칸이 전부지만 열정으로 가득한 창업자를 만나볼 수 있는 4YFN(4 Years From Now) 전시장이다. 4YFN은 4년 뒤 MWC 본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을 발굴해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창업을 돕기 위한 박람회다.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4YFN 어워드’의 최종 결선 후보로 꼽힌 5개 업체다. 이들 모두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최근 스타트업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 스페인 기업인 호루스ML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유럽과 남미에서 AI 기반 조기 진단과 원격 진료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조기 진단, 맞춤형 의료, 만성 환자 원격 모니터링 개선 등의 기술을 갖고 있다.
영국의 Q플로는 AI를 사용해 건설 자재 공급망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었다. 건설 산업의 탄소 배출 감소와 폐기물 최소화, 비용 관리에 강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스라엘의 라몬닷스페이스는 우주 기술 스타트업이다.
온보드프로세서(OBP) 기술로 위성의 자율 운항을 돕는 ‘우주 디지털 전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시작된 록피시데이터는 생성형 AI와 합성 데이터를 사용해 통신 데이터의 병목 현상을 줄이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콜롬비아의 뱅퀴시는 유튜브 제작자 같은 크리에이터, 배달 플랫폼 종사자 등의 긱 노동(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 방식) 등 새로운 분야 종사자들의 업무 이력을 기반으로 신용도를 입증해 은행 대출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사업 모델로 호평을 받았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제로 에너지 빌딩’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너지엑스와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개인화 AI 솔루션을 쓸 수 있는 ‘캔디 AI’를 개발한 사각이 4YFN 어워드 톱 20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후보에는 들지 못했다. AI 기반 건강 관리 서비스 ‘레디’를 만든 닥터프레소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관하는 글로모 어워드의 ‘연결된 건강과 웰빙을 위한 최우수 모바일 혁신상’ 수상 후보에 올랐다.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도 4YFN에 자리를 마련했다. SK텔레콤은 ‘두 더 굿 AI 위드 스타트업’이란 슬로건으로 엑스엘에잇, 노타AI, 투아트 등 국내 AI 스타트업 15곳의 부스를 만들었다. KT도 같은 장소에 상생협력관을 열고 사이버텔브릿지, 코아소프트, 셀렉트스타 등 10개 사를 초대했다.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스타트업이 AI를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솔루션을 경쟁 무기로 선보였다”며 “사회적 난제나 이용자의 불편함을 잘 공략한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바르셀로나=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