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만에 극락 가던데요?"…게임만 하던 30대 직장인도 '돌변' [김소연의 엔터비즈]

1 month ago 7
30대 직장인 신모 씨는 최근 게임을 하다가 광고로 노출된 숏폼 드라마를 발견했다.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긴 했지만,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 형식에 자극적인 소재, 빠른 전개에 빠져들었고, 다음 편을 보기 위해 플랫폼 앱까지 다운받아 단숨에 50회가 넘는 회차를 모두 시청했다. 신씨는 "게임을 위한 광고 시청은 지루하고, 시간이 잘 안 가는데 숏폼 드라마는 순식간에 빠져들었다"며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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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 성장률 300%. 최근 시장조사회사 리서치앤마켓츠가 최근 내놓은 쇼폼 드라마에 대한 평가 결과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숏폼 드라마가 급성장 중이다. 1~2분 내 완결되는 숏폼 드라마는 높은 몰입도로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숏폼 이용률은 2023년 58.1%에서 2024년 70.7%로 12.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비글루 숏폼 드라마 캡처

/사진=비글루 숏폼 드라마 캡처

틱톡에서 시작된 숏폼은 15초에서 10분 정도의 짧은 콘텐츠를 의미한다.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등 틱톡 외의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포맷을 게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숏폼이 자리를 잡으면서 1인 미디어에서 나아가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갖춘 숏폼 드라마까지 생겨나게 됐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에서도 숏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비글루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아랍어 등 8개 언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숏폼 드라마 서비스를 선보이는 플랫폼이다. 국내 숏폼 드라마 앱 분야에서는 선두주자로 꼽히고, 최근엔 크래프톤으로부터 12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티빙은 자사의 드라마, 예능, 다큐, 스포츠 등의 1분 분량 하이라이트 영상을 주로 제공해 왔지만, 앞으로는 자체 제작한 숏츠 드라마·예능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최대 10분 정도 길이의 짧은 드라마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MZ세대 최적화 콘텐츠를 새로 내놓겠다는 것. 지난 9월에는 왓챠가 숏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 '숏챠'를 출시하면서 자체 제작 드라마와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숏폼 드라마를 수입해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개편을 통해 숏폼형 검색 서비스 '숏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검색 상단 탭에 배치해 검색어에 따라 주제별로 인기 있는 콘텐츠의 주요 내용을 자동 추출해 제공한다. 또한 숏폼 제작에 필요한 AI 자동 편집과 버추얼 프로덕션을 지원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사진=티빙 캡처

/사진=티빙 캡처

정부와 관련 산업계도 숏폼 드라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상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해 2025년 700억 원 규모의 제작지원금을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숏폼 드라마 제작사 및 중소 제작사들도 정부의 제작 지원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숏폼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기존의 장편 드라마 기획뿐 아니라 숏폼 기획도 함께 진행 중이다"며 "쇼핑 등 다양한 협업과 확장성을 강점으로 하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숏폼 드라마는 이미 중국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세계 숏폼 드라마 시장의 최대 시장으로도 꼽히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68% 성장한 374억위안(약 7조41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영화 시장의 70%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2027년에는 약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숏폼 드라마는 일반적인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스토리라인과 주연 배우가 있다. 하지만 한 회 분량은 60초에서 90초 남짓으로, 보통 50회 정도로 제작된다.

중국 시장으로 엿본 가능성과 함께 숏폼의 광고 효과 역시 콘텐츠 제작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CJ ENM의 마케팅 자회사 메조미디어가 조사한 '한국인의 숏폼 시청 현황'에 따르면 답변자의 숏폼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44분으로, 전체 동영상 시청 시간 97분의 45.3%였다. 특히 10대에서는 전체 동영상 시청 시간 2시간 4분의 절반 이상인 1시간 4분을 숏폼을 시청하는 데 사용한다고 나타났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숏폼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지난해 해외 숏폼 드라마 산업이 약 20억달러(약 2조89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천정부지로 제작비가 상승한 상황에서 숏폼 콘텐츠는 적은 비용,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라는 평가"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숏폼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다양한 기획을 하는 분위기다. 최근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드라마 작가도 숏폼 기획에 참여했다고 하더라"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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