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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의 새 표적항암제 '빌로이'…위암 사망위험 60% 줄여"

5 days ago 7

보쿠 나리카즈 도쿄대 의과학연구소병원 종양학과 교수가 위암 표적항암제 ‘빌로이’의 일본 임상시험 결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아스텔라스 제공

보쿠 나리카즈 도쿄대 의과학연구소병원 종양학과 교수가 위암 표적항암제 ‘빌로이’의 일본 임상시험 결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아스텔라스 제공

“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의 위암 표적항암제 ‘빌로이’ 출시로 전이성 위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혁신적인 새 치료 옵션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선 아직 건강보험 급여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급여 문제가 최대한 빠르게 해결되길 바랍니다.”

보쿠 나리카즈 도쿄대 의과학연구소병원(IMSUT) 종양학과 교수는 최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위암 분야 세계적 석학인 그는 빌로이 임상시험의 주요 연구책임자(PI)다.

4기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16년 5.9%에서 2021년 6.6%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위암은 치료제 개발 사례가 많지 않아서다. 폐암 환자 생존율이 같은 기간 6.7%에서 12.1%로 두 배가량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3일 국내 출시된 빌로이는 클라우딘18.2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항암제다. 위암 분야에선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HER)2에 이어 14년 만에 나온 신규 표적항암제다. 보쿠 교수는 조부가 제주도 출신 한국인으로 재일동포다. 한국의 위암 치료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빌로이 사용 경험 등을 공유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신규 위암 표적항암제 시대가 열렸다.

“2010년께 로슈의 HER2 표적항암제 허셉틴이 등장해 HER2 양성 위암 환자는 표적 치료가 가능해졌다. 빌로이는 HER2 음성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첫 표적치료제다. HER2 음성 환자도 표적치료제로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위암은 항암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지금처럼 여러 치료제가 생겨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약을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 감사할 정도다.”

▷위암 치료제 개발이 상당히 더디다.

“위암은 다리가 여러 개인 의자와 같다. 다리를 하나 빼도 나머지 다리로 암이 버틴다. 폐암은 다리가 하나인 의자 같아서 한 다리만 제거하면 치료 가능한 것과 차이가 있다. 빌로이는 개발 단계부터 위암에 특화한 첫 치료제다. 췌장암 치료제로도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 허셉틴은 유방암 치료제로 시작해 위암으로 치료 대상 환자군을 확대했다.”

▷일본에선 지난해 6월부터 활용됐다.

“지난해 3월 허가된 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처방이 시작됐다. 이후 1800여 명이 빌로이로 치료받았다. 클라우딘18.2는 위암 세포 외에 정상 위 점막에서도 발현된다. 약물 사용 후 오심, 구토 등 이상 반응이 비교적 많은 이유다. 일본에선 임상시험 단계에서 이런 문제를 파악해 출시 전까지 이를 조절하는 프로토콜을 병원마다 세팅했다. 이를 통해 의료 현장에선 이상 반응률을 임상 대비 3분의 1(12.3%) 수준으로 줄였다. 한국에서도 사전 준비를 잘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본 임상 결과가 상당히 좋았다.

“빌로이 임상시험 중 하나인 글로우 임상에선 전체 위험비가 0.77이었지만 일본에선 0.4까지 떨어졌다. 빌로이로 암이 진행하거나 암 때문에 사망할 위험을 일본에선 60%로 낮췄다는 의미다. 통상 항암제 위험비가 0.8 정도면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것보다 위험비를 크게 낮추자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상 반응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투약 중단율을 크게 낮췄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선 신약 급여를 결정할 때 미국 등의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는 사례가 많다.

“일본에선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임상 연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이를 기준으로 약제를 허가하고 급여 항목에 포함한다. 물론 자료 제출 후 승인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연되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는 일은 없다. 글로벌 임상 데이터 등을 근거로 HER2 음성인 클라우딘18.2 양성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빌로이를 활용하도록 세계 가이드라인이 바뀌었다.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환자 관리가 중요하겠다.

“한국은 주요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돼 의사가 환자 1인당 할애할 수 있는 진료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한국 의료진은 우수한 역량을 갖춰 간호사, 약사와 협업하면 이상 반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 치료제가 환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쓰이길 기대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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