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외국인 가입자 건보 재정 수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인 건보 재정은 239억 원 적자로 공표해왔으나 사실은 365억 원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는 640억 원 적자를 봤다고 했는데 다시 계산해보니 27억 원으로 적자 폭이 줄었다. 2년간 1200억 원의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공단은 2020년의 경우 통계 산출을 수작업으로 하다가, 2023년엔 국가 코드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으며, 전체 재정 수지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외국인 가입자 수 상위 10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거의 매년 적자가 나는 나라다. 하지만 무임승차 방지를 위해 2019년 국내 6개월 이상 거주 외국인은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니면 지역가입자로 건보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도록 규정을 강화한 후로 적자 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2017년엔 1108억 원 적자였으나 2019년엔 세 자릿수로 줄었고, 코로나로 외국인 입국이 줄었던 2020년엔 흑자를 냈다가 2023년엔 27억 원 적자로 두 자릿수가 됐다.
▷외국인 건보 무임승차의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국내 거주 기간이 6개월 이상 지나야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는 요건이 추가됐다. 외국인들이 입국하자마자 이곳에서 일하는 아들 딸 사위 며느리의 피부양자로 건보에 가입한 후 많게는 수천만 원어치의 치료를 공짜로 받고 돌아가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올 1월에는 한국인에게 건보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은 한국의 건보 가입을 금지하는 ‘상호주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도 발의됐다.▷건보 재정은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고갈 속도가 빨라져 당장 올해부터 적자로 전환돼 2028년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 재정 누수 방지가 급선무지만 3500만 국내 가입자들의 의료 쇼핑, 과잉 진료부터 막을 일이다. 전체 가입자의 4%밖에 안 되는 외국인 무임 승차만, 그것도 잘못된 통계에 근거해 문제 삼다간 외국인 혐오 정서만 부추길 수 있다. 건보공단은 행정안전부의 ‘데이터 기반 행정 실태 점검’에서 3년 연속 최고 등급인 우수 기관에 선정됐다고 하니 이번 통계 오류 소동이 더욱 기막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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