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국제기구에 “헌재 불신” 서한 보낸 인권위원장

1 week ago 3

12·3 비상계엄 사태 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정부 기관 중 하나가 국가인권위원회다.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의결한 데 이어 18일엔 구속 기소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장군들에 대해 신속한 보석 허가와 접견 제한 해제를 권고해 “내란죄 피의자 변호인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제인권기구에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는 서한을 보내 논란이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보낸 답변서에서 ‘국민의 50% 가까이가 헌재를 믿지 못한다’ ‘헌재가 형사소송법 적용을 일부 배제하는 등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이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내 인권 단체들이 ‘계엄을 옹호하는 안건을 의결했다’며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 인권위에 대한 특별 심사를 요청하자 안 위원장이 심사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사무소에 반박 답변서를 보낸 것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헌재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52%, ‘신뢰하지 않는다’는 40%였다. 윤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헌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비상계엄 이후 시행된 국가기관별 신뢰도 조사 4건 모두에서 헌재는 정부 국회 검경 등 다른 국가기관보다 높은 신뢰도 1위였다. 윤 대통령 탄핵 심리는 8인 재판관 전원이 합의한 절차에 따라 마무리돼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관들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안 위원장이 잘 알 것이다. 보수성향인 그는 헌재 재판관 시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대통령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며 “신분을 이유로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인권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 했던 계엄 선포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약자를 위한 기관이 대규모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는 대통령 방어권만 챙기니 ‘윤권위’란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상임위원은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헌재를 흔적도 남김없이 없애버려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위원 11명 중 6명을 대통령과 여당이 지명해 여권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간혹 제기됐지만 이번엔 도를 한참 넘었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은 5년마다 118개 회원기구를 심사한다. 2001년 출범한 인권위는 2004년 최초 심사부터 가장 최근의 2021년 심사까지 줄곧 A등급을 받아왔다. 다음 심사에서 A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 해외 기관의 민주주의 성숙도 평가 결과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하락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인권위 같은 국가기관이 중심을 잡아야 할 텐데 오히려 내부 분열과 국격 추락을 부추기는 듯해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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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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