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정권 끝나니 “김건희 논문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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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서 ‘파울 클레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당시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숙명여대는 2022년 2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꾸려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40개월이 지난 24일 논문 표절을 이유로 석사 학위를 취소했다. 숙명여대는 총장이 바뀌고 표절을 인정했고, 정권이 바뀌고 학위를 박탈해 뒷말을 낳고 있다.

▷석사 학위가 취소되면 박사 과정 입학 자격도 자동 상실된다. 김 여사가 박사 학위를 받은 국민대도 박사 학위를 취소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김 여사는 2008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과정 중에 ‘온라인 운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등 논문 3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학술적 가치를 따지기도 어렵지만 아예 단어를 바꿔 끼우는 수고조차 하지 않은 표절 논문이었다.

▷국민대는 “검증 시효가 지났다”며 논문 재심사를 미루다가 윤 전 대통령의 임기 초반인 2022년 8월 연구 부정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교수 단체가 모여 김 여사의 박사 논문과 표절 대상 논문을 한 문장, 한 문장 수작업으로 비교했다. 860문장 중 220문장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8∼13쪽은 아예 리포트를 사고파는 사이트인 ‘해피캠퍼스’에서 구입한 리포트를 ‘복붙’했다. ‘회원 유지’를 ‘멤버 Yuji’로 표기했던 학술지 논문은 언론사 기사를 무단 인용하거나 점집 홈페이지같이 인용조차 할 수 없는 글을 베꼈다.

▷100% 대학 탓만 할 수도 없다. 교육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1월 국민대를 특정 감사했다. 김 여사의 박사 학위 논문을 재심사하라는 압박이었다. 그 특정 감사 결과는 김 여사가 겸임교수 임용 당시 학력과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밉보였단 이야기가 돌았다. 교육부로서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등록금 동결로 빈사 상태인 대학은 재정사업을 쥐고 있는 교육부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대학이 외풍에 휘둘리더라도 학계는 학문적 양심을 성역으로 여겨야 한다. 김 여사의 박사 논문 지도교수는 ‘멤버 Yuji’로 논란이 된 학술지 논문의 교신 저자였다. 논문을 한번 읽어보기라도 했다면 이런 기초적인 오류는 수정됐을 것이다. 아예 논문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 논문들을 버젓이 실은 학술지 역시 과연 엄격한 심사를 했는지 의문이다. 성실히 학문에 정진하는 이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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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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