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학위가 취소되면 박사 과정 입학 자격도 자동 상실된다. 김 여사가 박사 학위를 받은 국민대도 박사 학위를 취소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김 여사는 2008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과정 중에 ‘온라인 운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등 논문 3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학술적 가치를 따지기도 어렵지만 아예 단어를 바꿔 끼우는 수고조차 하지 않은 표절 논문이었다.
▷국민대는 “검증 시효가 지났다”며 논문 재심사를 미루다가 윤 전 대통령의 임기 초반인 2022년 8월 연구 부정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교수 단체가 모여 김 여사의 박사 논문과 표절 대상 논문을 한 문장, 한 문장 수작업으로 비교했다. 860문장 중 220문장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8∼13쪽은 아예 리포트를 사고파는 사이트인 ‘해피캠퍼스’에서 구입한 리포트를 ‘복붙’했다. ‘회원 유지’를 ‘멤버 Yuji’로 표기했던 학술지 논문은 언론사 기사를 무단 인용하거나 점집 홈페이지같이 인용조차 할 수 없는 글을 베꼈다.
▷100% 대학 탓만 할 수도 없다. 교육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1월 국민대를 특정 감사했다. 김 여사의 박사 학위 논문을 재심사하라는 압박이었다. 그 특정 감사 결과는 김 여사가 겸임교수 임용 당시 학력과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밉보였단 이야기가 돌았다. 교육부로서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등록금 동결로 빈사 상태인 대학은 재정사업을 쥐고 있는 교육부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대학이 외풍에 휘둘리더라도 학계는 학문적 양심을 성역으로 여겨야 한다. 김 여사의 박사 논문 지도교수는 ‘멤버 Yuji’로 논란이 된 학술지 논문의 교신 저자였다. 논문을 한번 읽어보기라도 했다면 이런 기초적인 오류는 수정됐을 것이다. 아예 논문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 논문들을 버젓이 실은 학술지 역시 과연 엄격한 심사를 했는지 의문이다. 성실히 학문에 정진하는 이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