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준 간병인을 고용하는 월평균 비용은 370만 원이고,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이 363만 원(세전)이다. 간병인을 쓰게 되면 웬만한 직장인은 한 달 월급을 통째 갖다줘도 모자란다. 요즘은 더 올라 하루 평균 15만 원은 줘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간병인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픈 가족을 버려둘 수도, 간병비를 댈 수도 없으니 가족이 직접 간병을 떠맡는다.
▷‘간병 지옥’은 누군가 죽어야 끝난다고 한다. 2020년대 들어 환자를 살해하거나 함께 목숨을 끊은 간병 살인은 한 해 평균 18.8건이 발생하고 있다. 법원 판결이 난 것만 집계했는데도 이렇다. 효자가 존속 살인자가 되고, 잉꼬부부가 동반 자살을 하는 슬픈 사연이 넘쳐난다. 보통 두 시간마다 자세를 바꿔 줘야 하고, 밥을 먹이고 대소변도 치운다. 끝을 알 수 없는 반복 노동에 몸이 아프거나 우울증을 앓는 가족이 많다. 대다수 간병 살인은 잠을 못 자는 등 극한으로 몰렸을 때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있지만 간병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성긴 제도다. 65세가 넘어야 하고, 등급에 따라 돌봄 시간이 제한적이다. 결국 가족이 빈틈을 메워야 한다는 뜻이다. 2021년 스물둘 아들이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5일간 방에 혼자 둬 숨지게 했다. 아버지의 뇌출혈 수술비 2000만 원을 겨우 갚았고, 입원할 돈이 없어 집으로 모셔 왔던 터였다. 아들이 간병을 위해 일을 그만두면서 가스, 전기, 인터넷이 차례로 끊겼다. 50대 아버지는 노인장기요양 제도의 대상이 아니고, 병원비를 꼬박꼬박 내는 바람에 긴급의료비 지원도 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필요하면 부를 테니 나가 있어라”고 했고 아들은 울고 또 울다가 방을 나왔다. 아들은 존속 살인으로 복역 중이다.▷옛날에도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평균 수명이 83세인 시대에 간병 부담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행을 몰아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육이 국가 책임이 되었듯이, 간병도 그렇게 가야 할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온 사회가 연대해 그 부담을 조금씩 나눠 질 수밖에 없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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