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국제 밉상’ 된 머스크에 테슬라 주가 추풍낙엽

6 days ago 5

‘일론이 미치기 전에 샀다고요’ ‘반(反)일론 테슬라 운전자 연합’…. 전 세계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반일론 머스크’ 차량용 스티커들이다. 테슬라를 타고 다니다 야유를 듣거나 봉변을 당한 소유주들이 주로 구매한다. 테슬라를 처분하고 싶어도 워낙 헐값이 되어 팔 수도 없고, 그냥 타고 다니자니 머스크 지지자로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차량 범퍼를 전부 가릴 만한 대형 스티커가 잘 팔린다고 한다.

▷신드롬에 가깝던 인기를 누리던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돌격대장 역할을 자임하면서 국제적 밉상으로 등극했다. 미국 내에선 그의 무자비한 정부 예산 삭감과 해고가 역풍을 부르고 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정부 개혁에 나서면서 2월에만 무려 6만 명이 넘는 공무원이 해고됐다. 미국 보스턴, 오리건 등에서 충전소가 불타거나 대리점을 향해 총격이 일어났다. 뉴욕 테슬라 쇼룸에선 시위대가 모여 “아무도 머스크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유럽에선 각국 정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내정 간섭 발언으로 반머스크 정서가 고조됐다. 노동당 소속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독일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나치식 경례와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며 역사적 트라우마를 자극해 독일인들은 경악게 했다. 독일 베를린 테슬라 공장 공사 현장에선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고, 프랑스 툴루즈에선 테슬라 차량이 불에 탔다. 1월 유럽의 테슬라 판매량은 절반으로 급감했다.

▷머스크의 딴짓에 테슬라 투자자들은 울고 싶다. ‘오너 리스크’ 때문에 테슬라 주가는 7주 연속 하락했다. 공교롭게도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워싱턴에 간 시점부터 주가가 뚝뚝 내려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역대 최고점(479.86달러)을 찍었던 테슬라 주가는 7일(현지 시간) 262.67달러로 마감했다. 최고점 대비 44%나 하락한 것이다. 전망도 어둡다. 세계적인 반머스크 현상으로 테슬라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판매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에 대한 반감은 개혁에 따르는 진통 이상이다.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을까 두려운 사람들에게 전기톱을 흔들어 대거나, 역사적 상처를 들쑤시고도 태연한 그의 ‘공감 능력 결여’는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머스크는 친트럼프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민과 사회보장 제도를 언급하며 “서구 문명의 근본적인 약점은 공감이고, 그 공감이 착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냉혹한 내면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기업 경영에는 공감보다 효율이 우선이겠지만 낙오자도 포용해야 하는 정부 운영은 다르다. 그가 워싱턴에 집착하는 한, 반머스크 물결이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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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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