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을 제안받은 이들은 저커버그가 개인적으로 축적한 최상급 인재목록, 이른바 ‘더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이다. 엔지니어, 연구자들이 작성한 논문,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저커버그가 직접 선정했다고 한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런대 등 명문 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오픈AI, 구글 등에서 경력을 쌓은 20, 30대가 다수다.
▷최소 수백억 원대 부자로 당장 만들어준다는 빅테크 CEO의 메시지를 받고 흥분 안 할 월급쟁이가 몇이나 될까. 이에 대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메타의 1억 달러 보상은 미친 짓이다. 최고 인재는 돈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벌써 유능한 오픈AI 연구원 8명이 메타로 이직했다고 한다. 저커버그가 이런 ‘현금 공세’에 나선 이유는 자사 생성형 AI 모델인 ‘라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에 비해 신통치 않고, 기존 개발 인력들이 창업 등을 위해 줄줄이 회사를 떠나서다.
▷미국 빅테크들이 ‘AI 두뇌사냥’에 쏟아붓는 돈과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요즘 AI 경쟁에서 밀린다는 비판을 받는 애플은 AI 검색기업 ‘퍼플렉시티’의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를 영입하는 걸 목표로, 기업가치 140억 달러짜리 이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타도 지난달 스타트업인 ‘스케일AI’를 인수한 뒤 이 회사 CEO 알렉산더 왕에게 메타의 ‘초지능 AI 연구팀’ 수장 자리를 맡겼다. 인수액 143억 달러가 실은 왕 CEO와 주변 인재를 유치하는 데 든 비용이란 평가가 나온다.▷막대한 자본력의 미국 빅테크와 AI 인재 유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나라는 중국 정도다. 세계 상위 20% AI 연구원 절반이 중국인이란 점, 정부와 대학의 과감한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은 ‘딥시크’ 등 경쟁력 있는 AI 기업을 키우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선진국 중 AI 인재 유출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AI 분야 국내외 ‘박사 후 연구원(포닥)’ 400명을 채용하기로 했는데, 연봉은 국내 포닥 평균의 1.8배인 9000만 원이다. AI 강국으로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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