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유력 주자 행사에 몰려간 與 의원들… 마음은 이미 대선에?

1 month ago 6

12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아닌 서울시가 공동 주최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일 방법으로 외교와 국방 이외의 대통령 권한을 대폭 지방자치단체에 넘기자는 제안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개회사를 위해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헌 구상으로 여겼을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는 물론 현역 의원이 108명 가운데 40명 넘게 모였다.

▷정책 토론회답지 않게 일부 참석자들은 오 시장의 이름을 연호하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기현 의원은 “(지지자 여러분) 목소리와 박수에 뜻이 담겨 있지요. 저는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오 시장의 대선 출마 의지를 이심전심으로 알지 않느냐는 말로 들렸다. 이날 누구도 대통령 선거가 있을 거라고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오 시장도 행사장 밖에서 출마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조기 대선은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낸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토론회는 옴짝달싹하기 힘든 국민의힘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권 비대위원장은 2주 전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하는 여론조사는 잘못으로, 중단하는 게 옳다”고 공개 요청을 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직후와 달리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이 주도하는 탄핵 반대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계엄 전 지지율을 회복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마무리돼 가는 현실과는 무관하게, 당으로선 지지층을 자극할 행동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의원들은 여전히 “탄핵 기각”을 외치고 있다.

▷이날 행사를 꼬집은 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이었다. 그는 SNS에 “여의도 정치판에 의리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썼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시위하던 의원 몇몇까지 유력한 잠재후보 행사에 눈도장 찍듯 참석했다며 비꼰 것이다. 하지만 홍 시장 역시 비슷한 행보를 한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말 “대구시장을 4년만 하고 졸업할 생각이었는데, 그게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뒤숭숭하다”는 글을 남겼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진 시점에 대선 출마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이재명 대표가 3년 넘게 당을 이끌어 온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에선 다른 후보들을 압도할 만한 후보가 없다. 오세훈 홍준표 이외에 김문수 한동훈을 포함하는 다수의 후보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될 뿐이다. 오 시장도 탄핵심판 중에 ‘출마 시 내놓을 개헌 공약’처럼 비치는 개헌안을 놓고 토론회를 여는 것에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오 시장도 40명 넘는 현역 의원이 모인 것에 놀랐을지 모르겠다. 이날 토론회는 대통령에 대한 ‘의리’와 엄존하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라는 ‘현실’이 맞붙은 자리였다. 의리보다는 현실의 힘이 더 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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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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