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요즘 일촉즉발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게이 터크만은 <메이킹 뉴스>라는 저서에서 뉴스 프레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의 생명이 오고가는 위급한 상황에서 저널리즘은 어떤 프레임 메시지로 보도해야 하는가.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미국 ABC방송 스포츠 제작진의 관점에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벌어진 이스라엘 선수들 인질극 사건 보도 과정을 통해 미디어 윤리와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스필버그 감독이 이미 ‘뮌헨’(2005)이라는 탁월한 영화로 이 사건을 다룬 바 있지만, 팀 펠바움 감독의 영화는 당시에 어떤 위기상황이 전개됐는지 그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듯 실감 나게 다루고 있다. 국제 테러 사건은 원래 보도국이 다루는 것이 원칙이지만 올림픽 선수촌 가까이 자리잡고 있던 스포츠팀은 발 빠르게 카메라를 이동시켜 세계적인 비극을 생방송으로 보도하기로 한다.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는 상황을 생중계로 보도하자 세계 9억 명이 시청하며 솟구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단독 특종이지만 비밀리에 진행해야 하는 테러범과 경찰의 대치 상황까지 테러범들도 시청하게 되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오리무중이었다. 22시간 동안 생방송이 진행되면서 다른 방송보다는 더 빨리 결과를 보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스포츠팀에서는 갈등이 유발된다.
올림픽 중계 당시 뮌헨 현장에서 ABC 스포츠팀을 이끈 책임자 룬 알리지(피터 사스가드 분)의 대담함으로 얼결에 보도에 앞장선 실무자 제프리 메이슨(존 마가로 분)은 인질 아홉 명이 모두 풀려나게 됐다는 정보를 독일 JDF방송에서 입수한다. 상사인 마빈 베이더(벤 채플린 분)는 팩트체크를 했냐며 연신 제프리를 닦달한다. 하지만 특종 욕심이 과했던 제프리는 이 내용을 보도하고 만다. 그런데 독일 출신 통역 담당 마리안네 게프하르트(레오니 베네시 분)는 인질 아홉 명이 모두 테러리스트에게 사살됐다고 현장에서 알게 된 급박한 사실을 알려준다. 특종은 오보라는 희생물과 위험한 동행을 하는 것이다.
위기상황에서는 누구나 당황하고 어떤 방향으로 실행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 영화는 당시 국제테러라는 초유의 사태에 독일 경찰과 정부도 대처한 경험이 전혀 없어 우왕좌왕했고, 주변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복잡한 상황에 끼어들기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인질들만 모조리 희생된 가슴 아픈 사건을 다시 보여주면서 우리의 갑갑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SNS의 알고리즘 속에 확증편향에 치우친 프레임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지 않나.
우리가 얼마나 단편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실감하는 요즘, 미디어의 중요성 못지않게 우리 스스로가 사건 너머의 진실을 볼 수 있는 차분하고 지혜로운 눈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드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