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세 부과…흔들리는 '페트로 달러'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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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행세 부과…흔들리는 '페트로 달러'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종전(終戰) 기대가 무너짐에 따라 앞으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가운데 제2의 ‘수에즈 모멘트’로 미국과 달러화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한 달이 넘어가는 이번 전쟁을 평가해 보면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의 승리다. 이란의 양대 무기인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이 각각 90%, 80% 이상 파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맹국과의 관계 괴리, 국제 유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정치적인 면에서는 미국의 패배로 볼 수 있다. 정치적 승리를 중시하는 진정한 의미의 승전국은 이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제2 수에즈 모멘트 우려가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52년 이집트 혁명을 통해 집권한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은 1956년 7월 전격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로인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지원국인 영국과 프랑스에 타격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같은 해 10월 영국과 프랑스는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해 이집트를 침공했다. 단 1주일 만에 수에즈 운하를 열었다. 하지만 동맹국인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격분했다. 소련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는 수에즈 운하를 이집트에 양도해야 했다. 군사적으로 승리했으나 정치적으로는 패배한 것이다.

호르무즈 통행세 부과…흔들리는 '페트로 달러'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전쟁사를 보면 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을 시작한 국가가 패배했을 때 엄청난 후폭풍을 겪는다.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 통행세를 부과하자 영국과 프랑스 경제는 침체됐다. 파운드화와 프랑화 가치가 추락하며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났다. 영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까지 신청했다.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란 내 친트럼프 정부를 수립해 중동 질서를 새로 짜고 페르시아만을 아라비아만으로 개명한다는 꿈을 실현하려는 계획이었다.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하면 경제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더 강화하도록 용인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란은 수에즈 운하에 통행세를 부과해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든 이집트를 벤치마킹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중심으로 통행세를 부과하는 규칙(프로토콜)을 만들었다.

적대국인 미국과 이스라엘 국적의 유조선은 호르무즈해협을 절대 통과할 수 없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원유 결제 역시 자국 통화인 리알화와 중국 위안화만 허용했다. 전쟁 발발 후 의외라고 할 만큼 중국이 이란의 해협 통제 주도권을 전제로 한 중재안에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금 태환 정지 선언 이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최후 버팀목인 ‘페트로 달러’ 체제마저 무너지면 미국의 위상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페트로 달러와 페트로 위안 간 통화 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이란, 중국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대외 정책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전쟁 이후 펼쳐질 새로운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 질서 과정에서 국익을 보호하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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