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한승연이 연기자로서 큰 도전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한승연은 10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티빙 오리지널 '춘화연애담' 종영 인터뷰에서 "카라 멤버들도 다들 응원해주고, 즐겁게 봐줬다"며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기에 끈끈한 전우애같은 게 있다"고 말했다.
'춘화연애담'은 파격적인 야설집으로 도성이 들썩이는 가운데, 첫사랑에 실패한 공주가 직접 부마를 찾겠다고 선언하면서 펼쳐지는 로맨틱 청춘 사극이다. 한승연은 외모, 학식, 품성 모든 걸 갖춘 양갓집 규수지만 연애에는 서툰 지원 역으로 등장해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지원은 극 초반 정혼자가 혼인을 앞두고 기방에 동정을 떼러 갔다는 소식에 분노해 여인 군단을 이끌고 현장을 급습하지만, 정작 그 앞에선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연애 초보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회에서는 세자빈의 고통스러운 혼인 생활 종결을 위해 사대부가 여인들의 연판장을 모아 임금 앞에 나서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한승연은 단호한 눈빛과 어투로 지원의 결연한 의지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시대 속에서 주체적인 여성상을 유연하게 그리면서 '춘화연애담'의 여성 서사를 이끄는 핵심 인물로 활약해 큰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승연은 "데뷔할 때도 동안 얘길 들어서 이미지가 어리게 구축된 거 같다"며 "하지만 어려보이니까 어리게 행동해야하는 건 아니지 않나. 저는 성인이고 여러 일을 하고 있는 건데, 그런 키스신이나 이런 것들이 농도있게 노출되는 게 크게 부담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자라면 연출에 맞춰 따라가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팬들은 놀라신 거 같긴 하더라"라고 덧붙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은 한승연과 일문일답.
▶ '춘화연애담'을 어떻게 봤을까.
= 촬영 끝난지는 오래됐는, 공개까지 끝나고 나니 정말 끝난거 같더라. 혼자 뒷풀이도 하고 싶고. 오랫동안 지원이라는 인물을 담고 있었다. 첫 촬영날부터 1년 반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어떻게 보일까 걱정이 많았고, 감독님들, 배우들과도 잘 지내왔다. 졸업앨범 같은 느낌도 들고, 시원섭섭하고 허전했다. 단톡방도 아직 활발하다. 내일도 출연 배우들과 만나기로 했다.
▶ 배우들끼리 호흡이 좋았나보다.
= 다들 초면인데, 친하게 지냈다. 저는 어쩌다보니 팀 생활도 우르르하고, '청춘시대'도 우르르하고, 이런 경험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몰려다니면서 하니까 수다를 많이 떨어서 혼날 정도였다. 성격도 잘맞아서 재밌게 찍었다. 중간에도 종종 만나서 시간을 보냈다. 다들 텐션은 다르다. 저는 텐션이 낮은 편이라, (고)아라 씨를 따라가기 힘든 집순인데, 그래도 그런 분이 있어야 제가 집에서 나간다.
▶ 19금 사극이다보니까, 노출이나 이런 우려들도 있었다.
= 타이틀이 그렇게 붙긴 했지만, 저희끼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서사에선 그런 부분이 들어가는 것에 상의를 많이 했다. 캐스팅되기 전, 사전 미팅부터 제작사와 감독님과 많이 얘기하고 맞춰간 부분도 있다. 외설적이기보다는 예쁘게 담기길 바랐다. 특히 지원의 서사는 순수해야했기에 너무 19금으로 집중되면 매력이 반감될 수 있어서. 그 부분에 집중했다.
▶ 귀여운 이미지를 깨는 19금 노출이 화제가 됐다.
= 의상만 놓고 보면 카라보다 덜하다. 와일드 팬츠에 탑 정도인데.(웃음) 그런데 분위기가 야릇해서 그렇게 된 거 같다. 저는 그냥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데뷔할 때부터 성인이었는데, 왜 그렇게 충격을 받으셨는지 싶지만, 앞으로도 줏대있게 좋은 작품이 있다면 열심히 해 나가려 한다.
▶ 노출이 부담이 됐을 텐데, 출연한 이유가 있을까.
= 아직도 저를 어리게 보시는 분들도 있는 거 같다. 20대 초반의 모습을 기억하고, 데뷔할 때도 동안 얘길 들어서 이미지가 어리게 구축된 거 같다. 하지만 어려보이니까, 어리게 행동해야하는 건 아니다. 저는 성인이고 여러 일을 하고 있으니까. 키스신이나 이런 것들이 농도있게 노출되는 게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연기자라면 연출에 맞춰 따라가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팬들은 놀라신 거 같긴 하더라.
▶ 그럼에도 연기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 민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저도 사람인지라.(웃음) 그래도 최대한 티내지 않으려 했다. 왜냐면 상대 배우가 10살이 어렸다. 거기서 제가 민망해하면 모두가 부끄러워질 거 같아서 당차게, 예쁘게 하려고 했다.
▶ 어려보이는 외모 덕분에 찬희 씨 동생 역할로 캐스팅됐다. 한승연에게 동안은 어떤 의미일까.
= 찬희 씨와는 겹치는 장면이 없어서 마음의 안정이 있었다. 캐스팅 전부터 걱정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욕 먹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사극이라 가족사진이 없고, 투샷이 잡힐 일이 없었다. 그래서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사극적 허용으로 찬희 배우는 성숙하게 분장하고, 저는 미혼 여성의 분장을 하면서 간극이 좁혀진 거 같다. 동안 이미지라 넘어야 할 산은 많다고 느낀다. 어려보여 봤자 어린 건 아니라서. 그런 부분은 열심히 관리하고, 연기 공부해서 뛰어넘어야 할 장점이자 단점으로 극복하려 한다. 술도 안먹고, 동남아 여행을 가도 챙 넓은 모자에 긴팔을 입고, 그렇게 관리한다.
▶주변의 반응은 어떻던가.
= 지원은 극 초반부보다 후반부에 성숙해지는 모습이다. 그걸 어떻게 아삼모사, 부드럽게 끌고 나갈지 고민이 많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반응을 봐서, 많이 혼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주변에서도 "다컸다" 이런 반응도 기억에 남는다. 팬들도 "충격적이다"고 하면서도 "이제 배우로서 느낌이 난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 카라 멤버들 반응은 어떤가.
= 찍을 때부터 기대했다. 19금이라는 것부터. '세상에 언니가 그런 걸 하냐'고 하더라. 그리고 신랑이 10살 어리다는 것에 놀림 당하고. 극중 오빠(찬희)가 띠동갑이라는 것에 놀림을 당하고. 나오고 나서 다들 잘봤다고, 나이차이 안나보여서 성공했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 아이돌과 배우의 포지션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을 거 같다.
= 팬들과 같이 자라고 나이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서로 건강하게 지탱하고, 의지하고, 해나가는 게 좋은 관계라고 느끼고 있다. 연기를 하면 노래하고 싶고, 노래하면 연기하고 싶고 그래서 행복하게 하고 있다.
▶ '청춘시대'가 2016년에 공개됐다. 올해로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 지 10년차가 됐다.
= 느리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도하게 차근차근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웃음) 그래도 어쨋든 뭐만 하면 욕을 먹던 시간도 있었다. '왜 그럴까' 서운하게 생각하는 시기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더라. 가수 한승연으로 접한 사람들이 많지만, 누군지 모르고 봤는데 '한승연이더라' 하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이번에도 성장이 있는 캐릭터였고, 이걸 잘 마무리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뿌듯했다. 작품을 보는데 있어서 역량도 좀 생긴 거 같고.
▶'과도하게 차근차근'이라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
=제가 일 욕심이 많아서 그런거 같다. 1년에 한 작품씩은 했는데, 항상 아쉽더라. 정말 사소하게 인사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그래서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공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렇게 응축된 것들이 언젠가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지원과 실제 한승연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 전 연애에 있어서 조심성이 엄청 있는 사람이다. 소개팅이 불가능하다. 엄마가 '3번은 만나라'고 했는데, 3번을 만나도 모르겠더라. 어릴 때부터 보던 사람만 계속 봐서 그런거 같은데, 그래서 조심스럽게 오래보는 스타일이다. 조심할 것도, 가릴 것도 많아서 지원처럼 저돌적인 부분은 없는 거 같다. 다만 비혼은 아니다. 결혼도 생각할 나이긴 아닌데, 누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웃음) 제가 인맥이 좁아서 남성 분들이 다가오는 게 쉽지 않은 거 같더라.
▶ 활동 기간이 적지 않은데, 열애설이 한번도 없었다.
= 꼭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고. 저도 사람인데 연애를 안하기야 했겠나.(웃음) 사생활과 많이 분리하는 스타일같다. 일은 일이고, 사생활은 사생활이고. 얼굴 알려질 때와, 그냥 인간일 때 분리를 하다보니 더 조심하는 거 같다. 술을 안해서 같이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면 한다.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해 지난해 마스터까지 했는데, 그런 걸 함께 할 수 있는 분이면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거 같다.
▶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취미는 익스트림하다.
=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한 건 전 소속사인 DSP엔터테인먼트를 나올 시기였다. 저도 스스로가 너무 답답했다. 해외를 많이 갔는데 혼자 비행기도 못타고, 모르는 사람과는 밥도 못먹고. 또 그 때 연기를 시작해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였다. 남들은 당연히 하는 걸 제가 안하고 있었던 거 같다. 그걸 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등산을 다닌다. 주말에도 간다. 셀럽들 예쁜옷 입는데 저는 그냥 조거팬츠 입고 그러는데, 너무 즐겁다. 정제된 아이돌의 삶에서 벗어나 일상을 사는 거 같다.
▶ 또 일탈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 저에겐 외출이 일탈이다. 작년 쯤 실내 클라이밍 도전했다가 손이 너무 아파서 실패했다. 그런데 올해 다시 해보고 싶긴 하다. 못볼 꼴만 하고 왔는데, 다시 해보고 싶다.
▶ 소속사를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한승연의 현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연내 배우 분야 매니지먼트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 걱정이 되긴 하다. 그래도 회사를 옮기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서 그렇게 부담은 없다. 다만 생각보다 가수와 연기를 모두 서포트해줄 수 있는 경험이 많은 회사가 많진 않더라. 배우 회사 중에도 배우 팬미팅을 해본 회사가 많진 않아서. 카라 활동은 올해에도 계획하곤 있고, 어떤 형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뭔가 또 있을 거 같다. 15년 활동을 했을 때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감사하게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더라. 이번달 말에도 일본 공연이 있다. 당분간 지속될 거 같다. 그래서 차기작은 카라다.(웃음) 제가 어릴 때만해도 '마의 5년', '마의 7년'이랬는데,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선배들이 오랫동안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셔서 저희도 할 수 있는 거 같다.
▶ 이제 팬들이 데뷔하는 경우도 늘어나지 않았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이 오랜 팬으로 알려졌다.
= 15주년 컴백했을 때 대기실에 수빈 씨가 인사하러 와주셨다. 손편지를 써주셨다. 감동이었다. 또 콘텐츠 촬영도 따로 해주셨더라. 르세라핌 멤버들도 앨범에 글을 길게 써서 주셔서 고이 간직하고 있다. 사실 저도 god를 정말 좋아해서 팬의 마음을 알지만, 저희를 좋아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으니까 너무 감사하다. 우리가 잘해서 15주년, 18주년 이렇게 되는게 아니라 운이 좋아서, 좋은 팬을 만난 거 같다.
▶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도 들 거 같다.
=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멤버들과 전우애도 있다. 별의별 어려움을 다 겪어서 저희 특유의 침착함이 있는 거 같다. 또한 다들 워커홀릭이라 일에는 절대 지장주지 않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지금까지 온 거 같다. 앞으로도 그런 타이틀을 이어가고 싶다.
▶ 배우로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 내 몫을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는 목표를 잡기가 쉽지 않더라. 상을 받아야 잘하는 건가, 시청률 1위를 해야 하는 건가 쉽지 않더라. 가수는 음악 방송 1위, 어느 장소 콘서트, 대상 이런 게 있는데 연기는 그런게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만든 건 황정민 선배와 한 앵글 안에 있어 보고 싶다는 거다. 이런 게 있으면 또 해나갈 수 있을 거 같다. 이전까지 전 탄탄대로까진 아니었지만 생각한 대로 다 됐다. 누구나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가수로서 다 성취했다. 그런데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런 목표를 상실한 느낌이었다. 원한다고 이룰 수 있는 지점이 있나 싶기도 하고. 길을 잃었다. 앞에 닥친 작품을 해내는 것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러다보니 꿈이 없어지더라. 희망이나 기대감보다는 '끝나서 좋다' 이렇게 돼 버리니까. 뭘 하면 의욕있게 다가올까 생각했을 때 눈에 들어온 게 황정민 선배였다. 그분이 상징하는게 크지 않나. 특히 연극 '오이디푸스'라는 작품을 보고 감동해서, '저런 분과 한 앵글안에 있다면 나도 충분한 사람이 돼 있지 않을까' 싶었다. 10년을 했지만 아직 꼬꼬마 느낌의 배우이다. 앞으로 가리지 않고 잘 버티다보면 언젠가 만날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저에게 떳떳한 배우이고 싶다.
또하나의 목표는 '쁘디할매'다. 고 김자옥 선배처럼 러블리하고, 보면 기분 좋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