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여론조사와 비슷한 출구조사 예측력
서울 경남은 오차밖 예측으로 사실상 실패
아직 투표 중인데 결과 공개되는 상황까지
틀려도 책임 안 지는 구조, 존폐 논의할 때
필자는 각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를 취합해 조사가 충분한 곳은 시계열로, 부족한 곳은 가장 최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시점의 지지율을 추정해 발표한 바 있다. 1, 2위 후보 간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는 평균 5.3%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즉, 선거 1주일 전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해 추정한 결과와 수십억 원의 비용을 들여 선거 당일 실시한 출구조사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출구조사’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걸고 내놓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핵심 경합지역에서 상당히 큰 오차를 보인 점이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남도지사 선거 예측은 참사 수준이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메타분석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3.4%포인트였다. 사실 이마저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에 실시된 일부 조사가 이례적으로 10%포인트 차를 보인 것에 영향을 받았다. 또 두 후보 간 격차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추세였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예측했다면 실제 득표율과의 차이는 더 줄었을 것이다. 반면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의 득표율 우위를 5.4%포인트로 예측해 실제 투표 결과와는 6.6%포인트 괴리가 있었다.
경남은 더 심각했다. 개표 결과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민주당 김경수 후보를 약 2.6%포인트 차로 이겼으나, 출구조사는 김 후보가 8.6%포인트 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무려 11.2%포인트의 오차를 보인 것이다. 흥미롭게도 부산시장 선거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승자를 거꾸로 내다보긴 했으나 득표율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했다. 이 지역을 조사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경남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아직 투표 전인 유권자들이 대거 출구조사 결과에 노출되는 상황이 빚어져 피해 정도를 산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출구조사가 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가령 상당한 격차로 정원오 후보가 이길 것으로 발표된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 결과와 사전투표함 위주로 이뤄진 초기 개표 결과를 보면서, 투표 대기표를 들고 기다리던 오세훈 후보 지지자들은 이미 승부가 결정난 것으로 보고 투표장을 떠났을 수도 있다. 선관위는 최소한 방송사에 모든 유권자가 투표를 마칠 때까지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미루도록 지도했어야 하지 않을까. 방송사의 순간 시청률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이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굳이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까지 두는 현 제도와도 배치된다.
출구조사 실패의 원인으로 사전투표가 늘어난 점, 사전투표 득표율 예측을 위한 전화조사 응답률이 낮아지고 있는 점 등을 꼽는다. 문제는 사전투표 도입 이전에도 이미 대선을 제외하면 맞힌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총선의 경우 출구조사 도입 이후 2016년 한 번, 그나마 KBS MBC 두 곳만 신뢰구간 내에서 정당별 의석수 예측에 성공했을 뿐, 그 이후 모두 실패했다. 또 2025년 대선에서는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을 약 2.2%포인트 과대 추정하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을 약 1.5%포인트 과소 추정해 실제값과 약 4%포인트 차를 보였다. 응답률 하락은 아무런 보상 없이 가상번호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응답자의 피로도를 극에 달하게 한 업체들 스스로 자초한 문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출구조사 업계의 폐쇄성이다. 출구조사가 틀린 것이 문제가 아니라, 틀려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다. 이번 출구조사를 맡은 3개 업체는 지난 대선은 물론 의석수 예측에 실패한 2020, 2024년 총선 출구조사도 했다. 다른 업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떤 기준으로 같은 업체들이 지상파 3사 출구조사를 반복적으로 맡는지 아무도 모른다. 또 이 업체들이 매번 제기돼 온 출구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번과 무엇을 다르게 했는지 묻고 싶다. 성과와 무관하게 계약이 보장된다면 혁신의 유인은 없다. 이러한 폐쇄성은 선관위의 데자뷔다.한계가 분명한 현재의 방법론을 혁신할 업체를 선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출구조사 자체의 존속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앞으로도 유권자들이 틀린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며 투표에 참여하는 비민주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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