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주와 AI의 공통점은 결국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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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우주와 AI의 공통점은 결국 '사람'

우주 산업과 인공지능(AI)을 이야기하면 일반적으로 먼저 기술을 떠올린다. 로켓, 위성, 알고리즘, 데이터 같은 단어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주와 AI 개발의 핵심은 기술 이전에 사람이라는 점이다.

두 산업 모두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위성 하나를 개발하는 과정만 봐도 회로 설계, 전력 시스템, 통신, 소프트웨어, 영상 처리, 운용 등 다양한 분야가 맞물려 돌아간다. 누군가 우리가 개발한 위성 기술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할 때, 한 사람이 모든 답을 완벽하게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준비하는 사람, 모델을 설계하는 사람, 이를 실제 서비스에 연결하는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한 사람이 모든 영역을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조직에서는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넷플릭스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을 ‘브릴리언트 저크(Brilliant Jerk)’라고 부른다. 개인의 성과는 뛰어나지만 팀을 지치게 하고 조직을 소모시키는 유형이다.

20여 년 전, 정부출연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한 개발 프로젝트에서 결과 중심으로 팀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리더와 일한 적이 있다. 그는 과정은 괴롭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모두가 자신을 따를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프로젝트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크게 지쳤고 “다시는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싶지 않다”며 몇몇 팀원은 그와 다시 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과는 남았지만 함께 도전할 팀이 사라지면서 그 리더의 프로젝트는 일회성으로 끝났다.

우주 AI 솔루션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 나는 협업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우리 회사는 대전에서 위성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만들고, 서울에서는 데이터와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물리적인 거리 이상으로 서로의 분야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더 많은 설명과 신뢰가 필요하다.

다년간 조직을 운영하면서 ‘보스’가 아닌 ‘리더’형 인재를 찾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보스는 명령으로 사람을 움직이지만 리더는 공동의 목표로 팀을 이끈다. 우주와 AI처럼 복잡한 산업일수록 이 차이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주와 AI는 최첨단 기술 산업이지만, 그 기반에는 아주 오래된 원리가 있다. 사람이다. 뛰어난 개인 한 명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팀이 더 멀리 간다. 이 산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이어달리기에 가깝다. 설계와 개발, 시험과 발사, 운영과 데이터 분석까지 여러 단계가 서로 연결되고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구간을 책임지고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긴다. 우주는 그런 팀에 조금씩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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