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생산적 금융’이다. 과거에는 산업 현장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금융 수요가 늘어나고, 자금이 공급되는 구조로 경제가 돌아갔다. 이제는 판이 바뀌었다. 금융이 먼저 유망한 곳을 찾아 자본을 흐르게 함으로써 산업의 활력을 깨우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생산적 금융은 일반 대중과도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개인의 예금이나 투자금이 첨단 기술이나 벤처, 혁신기업 같은 생산적인 현장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투입된 자금은 기업 성장의 ‘마중물’이 되어 산업을 키우고, 그 결실이 다시 국민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여기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금융과 산업의 선순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원천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노후 자금, 자녀교육을 위한 준비금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일구는 동력이 된다. 누군가의 삶이 생산적 금융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이는 많은 개개인이 자기 삶을 금융에 기꺼이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생산적 금융은 금융인의 가장 기본적인 본분, ‘선관주의 의무’와 만난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남의 재산을 내 재산처럼 다루되, 오히려 내 재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책임과 주의를 기울이라는 원칙이다. 금융의 역할이 이전보다 중요해진 지금, 선관주의 의무는 단순한 법적 책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본이 미래를 앞서가는 시대일수록, 그 자본의 주인인 고객을 향한 금융인의 시선은 더 깊고 세심해야 한다.
특히 AI 시대의 선관주의 의무는 과거보다 훨씬 넓고 깊어져야 한다. AI를 활용한 영역이 확대될수록, 금융인이라면 마땅히 혹시 모를 편향이나 오류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알고리즘이 진정 고객의 이익을 향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하는 ‘윤리적 필터’가 되어야 한다. 기계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제어하는 사람, 즉 금융인의 도덕적 브레이크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AI로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은 더욱 선명해진다.
워런 버핏은 “사람을 채용할 때 지능과 에너지, 도덕성 세 가지를 보라. 만약 도덕성이 없다면 앞의 두 가지가 당신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AI라는 압도적인 지능을 손에 쥐게 된 금융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도덕적 책임감’이다.
금융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돈을 불리는 기술에 있지 않다. 돈을 믿고 맡긴 고객의 신뢰에 끝까지 응답하려는 태도에 있다. 고도화한 기술의 숲에서 금융이 길을 잃지 않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선관주의 의무라는 아주 오래된, 그러나 결코 변할 수 없는 약속을 가슴에 다시 한번 새기는 일이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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