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북전 선발 출전으로 포항 이적 첫 경기
이미지 확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서른여섯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포항 스틸러스)은 건재함을 보여줬다.
그는 많은 관중 앞에서 다시 뛸 수 있어 행복해했고,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포항 팬들에게 감사해했다.
기성용은 1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2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76분을 뛰고 포항이 2-1로 앞선 후반 31분 한현서와 교체됐다.
포항이 이후 연속 실점해 2-3으로 역전패했지만 이날 전북전은 기성용에게는 K리그에서 FC서울이 아닌 팀 유니폼을 입고서 처음 뛴 의미 있는 경기였다.
K리그에서는 오직 서울에서만 뛰며 통산 198경기에 출전해 14골 19도움을 기록한 기성용은 지난 3일 포항에 입단했다.
'서울의 레전드'이지만 서울에서 더는 설 자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기성용은 뛸 수 있는 곳을 찾아 포항으로 향했다.
이미지 확대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이 4일 경북 포항시 포항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입단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7.4 psik@yna.co.kr
기성용이 경기를 뛴 것은 4월 12일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1 8라운드 경기 이후 98일 만이다. 기성용은 대전전에 선발로 나섰다가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뒤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석 달이 넘는 공백에도 기성용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김동진과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하며 90.7%(43회 시도 39회 성공)의 패스 성공률과 키패스 2회 등을 기록했다.
포항의 이날 패스 성공률은 81.6%였다.
비록 골문을 벗어났으나 전반 2분에는 흘러나온 공을 과감하게 슈팅으로 연결하기도 했고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프리킥과 코너킥도 두 차례씩 맡았다.
전반 8분 코너킥이 골문 오른쪽으로 파고든 이동희의 머리에 빗맞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의 궤적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기성용은 코너킥에 앞서 관중석을 향해 손뼉을 치며 호응을 유도하는 등 포항 팬들과도 적극적으로 호흡하고자 했다.
포항이 경기를 지배하며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인 전북에 2-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친 뒤 라커룸으로 향하는 기성용에게 홈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기성용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오랜만에 많은 관중 앞에서 이렇게 경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아쉽지만 그래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고 포항 이적 후 첫 경기를 치른 소감을 밝혔다.
그는 "3개월 만에 뛰는 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생각했던 거보다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라고도 했다.
이날 포항스틸야드에는 1만3천973명의 관중이 찾았다.
궂은 날씨 탓에 일부 취소 표가 나온 바람에 꽉 들어차지는 않았지만, 기성용의 입단 소식에 1만4천275석 입장권이 경기 이틀 전 매진되기도 했다.
기성용은 경기를 돌아보며 "특히 어린 선수들이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후반전 우리가 조금 쉽게 실점하긴 했지만, 다음 주 화요일에 또 경기가 있으니 긍정적인 부분들을 잘 모아서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은 22일 수원FC와 홈 경기를 치른다.
이미지 확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성용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박태하 포항 감독도, 적장 거스 포옛 전북 감독도 높이 평가했다.
박 감독은 뼈아픈 역전패에도 기성용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그는 "우리 팀에 충분히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경기력을 지녔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잉글랜드 선덜랜드에서 기성용과 사제의 연을 맺었던 포옛 감독도 "전반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서 "피지컬적인 면에서 떨어져 후반전 교체를 한 것 같지만, 뛸 때는 늘 그랬듯 경기를 지배했다"고 호평했다.
이에 대해 기성용은 "3개월 만에 뛰는 거라 나름대로 준비했지만, 후반에 쥐가 나고 그랬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몸이 더 좋아지고 (직전 경기에서 퇴장으로 이날 결장한) 오베르단이 돌아오면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오늘 같이 뛴 김동진도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자신과 포항의 더 나은 모습을 그렸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는 "체력적인 부분보다는 경기를 3개월 동안 안 뛰어서 힘든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마음만큼은 더 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좀 아쉬웠다"며 "전반전에 좋았던 분위기를 잘 살려서 다음 홈 경기 때는 팬들에게 승리를 줄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전북전 출전 시간과 관련해서는 "원래는 감독님이 조금 더 일찍 교체를 생각하셨는데, 분위기상 조금 더 뛰게 된 것 같다"면서 "근데 쥐가 나다 보니 제가 (교체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성용은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포항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경기를 준비하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오히려 경기장에 도착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많은 관중을 보니 내가 여기서 이렇게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이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승리를 많이 하고 좋은 플레이로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뒤 "오늘 이겼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지는 바람에 내가 더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시즌이 끝날 때는 다 같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hosu1@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20일 07시53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