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에 맡기면 생각은 녹슨다”… ‘AI 시대’ 지능 퇴보 막을 생활전략[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1 week ago 3

AI와 인간, 공존을 위한 지혜
박사급 대화 능력 갖춘 챗GPT-5… AI로 인간 일자리 뺏길지 혼란 커
AI 의존하면 뇌 기능-사고력 약화… 글도 스스로 써야 지능 퇴보 막아
AI 시대, 비판적 사고력이 경쟁력… 인문학 교육으로 기본기 강화해야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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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최근 출시된 오픈AI의 챗GPT-5가 화제다. GPT-3가 고교생과 대화하는 느낌이라면 GPT-4는 대학생 수준, GPT-5는 분야별 박사급 전문가 수준의 대화 실력을 드러낸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이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작용)’에 관한 우려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고,웹사이트를 만드는 것 같은 간단한 코딩은 일반인들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AI가 내가 할 일을 대체하면 나는 AI를 사용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하는지, 내가 완전히 대체돼 필요 없는 사람이 돼 버리는 건 아닌지, 아니면 AI를 통해 노동에서 해방된 세상을 살게 되는지 등 궁금증이 크다. 하지만 어떤 것도 분명하지 않다.

AI 시대 도덕성의 혼란 또한 여러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한 한인 대학생이 빅테크 기업 화상면접을 하면서 자신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마존, 메타 등 총 4개 기업 인턴십에 합격하는 과정을 동영상에 담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화상면접 때 AI가 실시간 답변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커닝’이 들키지 않도록 면접 대상자가 화면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부정행위로 간주되면서 이 학생은 재학 중이던 대학으로부터 퇴학을 당했지만, 그는 자신이 만든 AI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 학생은 부정행위를 한 부도덕한 사람일까, 아니면 기술을 활용한 유능할 사업가일까.

이 모든 논쟁의 핵심에는, 인간의 삶에서 AI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연구에 따르면 AI를 사용해 글을 작성한 사람들은 도구 없이 스스로 글을 쓴 사람들보다 뇌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필자에게도 많은 사람들이 묻곤 한다. “바쁠 텐데 AI로 칼럼을 쓰는 것 아닌가요?” 필자는 단 한 번도 AI로 글을 작성해 본 적이 없다. AI를 활용하는 게 더 쉽다는 점을 몰라서가 아니다. 글은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체인데, AI가 내 생각을 규정하도록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글을 쓰려면 명확하게 정돈된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에 글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AI를 통해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러한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사고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따라 인간의 지능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물론 AI가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반복적이고 힘든 일을 AI가 대신하면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AI 시대에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학습시켜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AI 시대 적응을 위해선 먼저 AI 도구를 잘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대에 각광받는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가오는 시대에는 인간과 AI의 관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본기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수학, 과학 교육은 물론이고 인문학과 도덕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AI 시대에 당면한 수많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데 중요하다. 스스로 사고하기를 포기한다면 인간은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AI와 인간은 상생과 경쟁의 구도를 한동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생으로 나아갈지, 경쟁으로 나아갈지는 인간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AI가 쓴 글을 보면서 우리는 감탄할 때가 많다. ‘이렇게 수려한 문장을 만들어 내다니, 나보다 낫네’라는 생각을 하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려함 뒤의 공허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채 정보만을 전달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글은 사람들이 소통하기 위해 활용하는 통신의 한 수단이다. AI를 인간의 소통을 돕는 도구로 활용해야지 인간의 생각 그 자체를 대체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른 한편으로 AI는 인간의 지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기술을 제공하기도 한다. 뇌 기능 측정만 하더라도 과거 연구실에서 연구자에게만 허용되던 기술이 이제는 AI를 통해 일상적으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AI가 우리에게 내미는 도전장에 맞서 우리는 인간의 지능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AI를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내 뇌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새로운 기술로 뇌 건강을 유지하고 뇌 기능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숙명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AI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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