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유승은이 미소를 짓고 있다.
잇따른 부상에도 스노보드를 놓지 않은 2008년생 유승은(성복고)이 한국 스키·스노보드 동계 올림픽 출전 역사에서 새로운 주인공으로 우뚝 섰습니다.
유승은은 오늘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171점을 얻어 무라세 고코모(일본·179점), 조이 사도스키 시넛(뉴질랜드·172.25점)에 이어 3위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로써 유승은은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두 번째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고, 한국 여자 스키·스노보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시상대에 섰습니다.
또한 스노보드를 타고 속도를 겨루는 알파인 종목이 아닌 연기를 채점하는 프리스타일 계열 종목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수확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 스키·스노보드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이상호(넥센윈가드)와 이번 대회의 김상겸(하이원)이 스노보드 알파인 계열인 평행대회전에서 각각 은메달을 땄습니다.
유승은 덕분에 이젠 프리스타일 계열에서도 우리나라는 올림픽 메달 국가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강심장'만 살아남는 프리스타일 중에서도 빅에어는 난도가 높고 부상 위험이 큰 종목으로 꼽힙니다.
하나의 대형 점프대에서 도약, 점프와 회전, 착지, 비거리 등을 겨루는 빅에어에서 선수들은 '아파트 15층' 정도의 높이에서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온 뒤 날아올라 각종 요소를 수행해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만 18번째 생일을 맞은 유승은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스키장에 놀러 갔다가 아버지를 따라 스노보드에 입문해 선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2023년 9월 국제스키연맹(FIS) 세계 주니어 스노보드선수권대회 여자 빅에어에서 준우승하는 등 기대주로 성장하던 그는 어린 나이에 유독 부상으로 큰 불운을 겪었습니다.
FIS 월드컵에 나서기 시작한 2024년엔 오른쪽 발목이 골절돼 1년여를 재활에 매달려야 했고, 이후 복귀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손목이 골절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선수 생활을 포기할 뻔한 위기였지만, 유승은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 들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빅에어 월드컵에서 7위에 오르더니 그 직후 미국 콜로라도주 스팀보트에서 열린 올림픽 전 마지막 월드컵에선 준우승하며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빅에어 종목에서 월드컵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유승은의 올림픽 출전 또한 그 자체로 역사였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빅에어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평창 대회 때 정지혜가 대표로 발탁됐으나 부상으로 경기에는 뛰지 못했고, 2022년 베이징 대회 땐 한국 선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유승은은 예선을 당당히 4위로 통과하며 한국 빅에어 사상 첫 결선 진출도 일궜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온 첫 올림픽에서 "순위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최선을 다해 경기를 즐기고 오겠다. 부상 없이 준비한 모든 기술을 성공적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던 유승은은 이날 결선에서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올림픽을 바라보며 갈고 닦았던 '백사이드 1440'(몸 뒤쪽으로 네 바퀴를 회전하는 기술)을 1차 시기에서 깔끔하게 성공했고, 2차 시기에선 방향을 바꿔 마찬가지로 네 바퀴를 돌며 여자 선수가 보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뽐냈습니다.
이날 금메달을 딴 무라세와 은메달리스트 사도스키 시넛 모두 올림픽 입상 경력자들입니다.
지난 2회 연속 금메달을 땄던 안나 가서(오스트리아)도 결선에 나섰습니다.
이런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올림픽 초짜' 유승은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시상대 한 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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