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한국에서도 머스크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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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국에서도 머스크 나오려면

실리콘밸리의 한국 공공기관 관계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10여 년 전 덴버에서 열린 한 우주박람회 얘기다. 부스에 서 있던 그에게 후줄근한 셔츠 차림의 인사가 다가오더니 “난 화성으로 가겠다”며 묻지도 않은 비전을 늘어놨다고 한다. 당시 머스크는 온라인 지급 결제 기업 페이팔을 매각하며 사업적으로 성공했지만 지금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이 관계자는 “아, 그래요?”라며 잡상인 대하듯 머스크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이후 머스크의 행보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테슬라를 성공시키고 이제 그보다 더 큰 규모로 스페이스X를 미국 증시에 상장시키려고 한다.

리스크 감수하는 미국

많은 이가 머스크의 성과에 주목하지만 그보다 진정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불가능을 마주하는 그의 태도다. 화성에 가겠다는 비전은 지금 들어도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데, 그간 머스크를 비웃은 투자자가 얼마나 많았을까.

실리콘밸리에는 머스크 같은 창업자가 많다. 이들은 터무니없다고 느껴질 만큼 강한 낙관주의로 무장해 있다. 발이 땅에 닿아 있지 않은 ‘이상주의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들 중 불가능을 실현해내는 이가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실리콘밸리의 비밀은 무엇일까.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저서 <리스크테이커>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은 위험과 혁신을 추구하는 ‘강 사람’과 규제와 보호를 중시하는 ‘마을 사람’ 두 유형으로 나뉘는데, 전자가 실리콘밸리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사람이라는 표현은 19세기 도박사들이 미시시피강에서 증기선을 타고 포커를 즐긴 데서 유래했다. 이들이 빈털터리가 될 위험에도 노름에 뛰어드는 것은 기댓값이 높아서다. 한두 번 실패해도 그다음 도전이 열 배로 돌아올 수 있다는 리스크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는 기자에게 “모든 일이 100% 잘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모두가 계산된 도박에 임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불모지였던 우주 발사체 시장에 도전해 독점적 지위를 얻었다.

'실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54년 만의 달 탐사에 나선 미국 유인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 또한 위험 감수 문화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1986년 챌린저호, 2003년 컬럼비아호 사고로 총 14명의 비행사를 잃은 비극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우주로 계속 향하는 것은 그곳에 우주 경제라는 인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떨까. 2024년 3억8000만원이 배정된 우주항공청의 화성·소행성·유인탐사 기획 연구 예산은 지난해 전액 삭감됐다. 우주개발진흥계획에는 ‘2045년 유인 수송 발사체’라는 목표 한 줄만 적혀 있을 뿐이다.

“실패한 우주인 프로젝트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를 발목 잡고 있다”는 말이 한국우주항공업계에서 계속 유령처럼 맴돈다. 첫 한국인 우주인 이소연 씨가 2013년 미국으로 이민해 ‘먹튀’ 논란이 일자 당국에서는 더 이상 한국인을 우주로 보낼 생각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한 번의 실패를 집단적 트라우마처럼 간직하고 있는 나라에서 과연 머스크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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