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김철중]한국이 외면했던 ‘메이드 인 차이나’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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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라 그래요.”

지난해 말 잠시 들른 서울 명동에서 한 상인이 여행가방 가격이 비싸다며 돌아서려는 외국인 손님을 붙잡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모습을 봤다. 의역하면 ‘한국산이 중국산 제품보다 비싸지만 질은 더 좋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는 오랫동안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을 저렴하나 질은 떨어지는 상품으로 취급했다. 중국 경제가 수십 년간 ‘질’보다 ‘싼값’을 무기로 고속 성장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저비용 고효율’로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약진은 더 이상 이런 고정관념을 무색하게 만든다.

제조 선진국으로 변모하는 中

중국은 2015년 ‘제조 2025’ 정책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제조업 강국 대열에 들고 2045년에는 제조업 강국 중에서도 최선두 그룹에 속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2018년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은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중국상용항공기(COMAC·코맥)는 2023년 ‘C919’의 첫 상업 운항에 나서며 미국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양분해 온 국제 민간 여객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또한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팔았다. 지난달에는 딥시크가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중국의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중국이 ‘제조 2025’ 발표 당시 제시했던 목표 중 86%를 이미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성과 뒤에는 14억 명 인구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내수 시장, 당국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 등이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 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과 혁신이 있었고 당국 역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전략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렇게 10년 동안 중국은 목표한 대로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고정관념을 바꿨다.

한국도 2015년 8대 스마트제조 기술을 선도하겠다며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그런 정책이 있었다는 것조차 잘 기억하지 못한다. 최근 반도체 강국의 위상이 퇴색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중국의 현 상황과 분명 차이가 있다.
中과 첨단기술 분야 협력도 추진해야

중국에서 10여 년간 활동한 한국의 과학기술 전문가는 딥시크 열풍 후 중국에 쏟아지는 한국의 관심을 두고 “놀랍고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 속도가 엄청나다며 중국과의 협력 및 경쟁을 소홀히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정치권도 뒤늦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방중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베이징 특파원단과의 만남에서 “한국의 대(對)중국 기술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면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정 국정협의체는 아직까지 반도체특별법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통과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 내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는 날로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의 역사적 갈등, 다른 정치 체제에서 오는 거부감도 여전하다.

하지만 중국 첨단기술의 발전 양상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협력해야 할 분야는 적극 협력해야 한다. 또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첨단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소홀했던 우리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 딥시크의 등장이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에도 ‘스푸트니크 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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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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