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동맹 거래’로 안보 위기 돌파구 삼아야[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4 days ago 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출범 3개월째인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와 북한의 기싸움이 가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유화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전략폭격기와 미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잇달아 전개했다. 트럼프식 당근과 채찍 전술로 북한을 떠보는 것이다.

이에 북한은 미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연합연습을 맹비난하면서 ‘북한판 전략핵잠수함(SSBN)’ 건조 현장의 최초 공개에 이어 미사일 도발 등 맞불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측이 향후 ‘핵담판’을 고려해 잽을 날리면서 맷집을 탐색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탐색전은 일순간 트럼프 1기 시절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방불케 하는 북-미 전면 대결로 비화할 수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전방위적 도발 공세와 트럼프의 ‘동맹 청구서’ 등으로 올해 한반도 안보가 ‘내우외환’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우선 김정은이 그 어느 때보다 대담한 도발 전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북한군 파병으로 구축한 북-러 혈맹 기조를 뒷배로 삼아 핵·미사일 무력시위의 수위를 크게 높여나갈 가능성이 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첫 정상각도 발사와 동시다발 핵실험 등 역대급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가 ‘마지노선’을 돌파했음을 실증함으로써 핵군축 협상을 통한 대북 제재 완화·해제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미국을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가 김정은이 제시한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김정은이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공언했던 전력 증강 과제들이 올해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전술핵과 정찰위성,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등 신형 핵투발 수단의 개발 배치 등 김정은이 제시한 상당수 과제는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머지 초대형 핵탄두와 핵추진잠수함의 개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도발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청구서’도 걱정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미가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의 9배가 넘는 금액(약 100억 달러)을 받아내겠다고 공언했고, 이달 초 의회 연설에선 한국에 엄청난 군사지원을 하는데도 미국보다 관세율이 4배나 높다고 직격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협상용 엄포’가 아니라 이번엔 최대치를 받아내려고 한국을 압박하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 등을 한국이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철수 카드를 다시 빼들 개연성도 다분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한국을 제쳐두고 북-미 간 핵동결, 군축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딜 합의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이 같은 ‘안보 내우외환’이 현실화하면 대한민국은 초유의 안보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이 사태를 주도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안보 전략과 역량을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적극적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한국이 ‘확장억제 분담금’을 미 측에 먼저 제안하고, 그 대가로 한반도 방어 전용 핵무기 배정 등을 확약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트럼프식 ‘동맹 거래’를 한국이 먼저 제안함으로써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실리를 챙기자는 것이다.

북한의 핵 고도화에 맞설 수 있는 잠재적 핵역량 강화 방안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핵물질의 재처리·농축 등에 대해 미국은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한국이 북핵 위협을 빌미로 핵무장 능력을 갖추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과 잠재적 핵역량 강화가 북-중-러 견제를 통한 역내 안정과 동맹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득하고, 그런 의지를 보여준다면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핵도발을 억제·보복할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영토를 뺏기고, 수많은 국민이 희생됐음에도 치욕적인 휴전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한층 격렬해지는 미중 패권경쟁과 북한의 파상공세 등 초유의 안보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념과 정파를 떠나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요체다. 정부와 정치권이 안보에서만큼은 사생결단식 반복과 대결을 멈추고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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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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