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기준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지만 재테크 관점에서는 ‘관세 부과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기간’으로 집약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세계 불확실성 지수(WUI: world uncertainty index)도 두 배 이상 올랐다. 절대 수준이 사상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상승 속도도 빨랐다.
재테크 이론상 불확실성이 증대하면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높아지면서 달러, 채권 등의 가격이 상승해야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달러인덱스 기준)는 10% 이상 급락했다. 극심하게 변동한 미국 국채 가격(10년 만기 기준)은 지난 4월 중순 이후 달러 가치보다 더 떨어졌다.
하지만 세계 주가지수는 13%나 급등했다. 국가별로도 WUI보다 불확실성이 높았던 한국(계엄·탄핵·정권교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전쟁), 독일(총리 교체) 등의 주가가 세계 주가지수보다 더 올랐다. 재테크 이론에 충실한 투자자일수록 손실폭이 커져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근본 원인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76년 자유변동환율제 채택 이후 진전돼온 국제 거래상 탈달러화 현상은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법정화폐(CBDC) 논의가 진전되자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한때 80%가 넘었으나 최근에는 50%대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의 신뢰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빨라지고 있다. 국가 부도 예정일(x-date) 문제가 불거진 지 벌써 1년8개월째 접어들었다. 단일 현안으로 가장 오랫동안 끌고 있는 미해결 과제다. 감세와 대규모 재정 지출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 감세법까지 통과돼 국가 채무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불확실성 증폭 속에서 안전자산 가격 하락폭보다 주가 상승폭이 큰 것은 금융이 실물경제를 선도(leading)하는 여건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금융 부문이 실물 부문을 3배 이상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등 금융변수가 실물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 아니라 주도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과 같은 종전 잣대로 보면 고평가됐다. 한국 등 일부 국가만 저평가된 것으로 나온다. 대부분 국가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미래 잠재 가치가 높게 평가돼서다. 주가매출비율(PSR), 꿈대비주가비율(PDR) 등과 같은 새로운 잣대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기 대책을 비롯해 각국의 경제정책도 바뀌고 있다. 국가 부도와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하는 여건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구조조정과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한 생산성 증대 등을 외치지만 최근처럼 경기순환 주기가 짧아지는 상황에서는 정책 수용층이 얼마나 기다려줄지도 미지수다.
효과가 빨리 날 수 있는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융이 실물을 주도하는 시대에는 주가를 띄워 경기를 부양하는 친증시 정책이 효과적이다. 한국은 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임금보다 2배 정도 높게 나온다. 특정 가구의 소득을 항상소득과 임시소득으로 구분할 때 임금은 전자, 자산소득은 후자로 분류된다.
현 정부의 친증시 대책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이 때문이다. 상법 개정에 이어 이달 말로 예정된 세법 개정에서 가장 기대를 거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다만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거나 거래세를 정상화하면 코스피지수 5000 도달은 요원해질 수 있다. 증시가 활성화되면 세수 감소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