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장벽을 문제 삼고, 관세 부과를 무기로 교역 상대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캐나다와 멕시코와의 무역 불균형을 문제로 인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관세 정책을 폈다. 미국의 핵심 무역 파트너조차 이러한 대우를 받고 있는 만큼, 트럼프가 불만을 갖는 국가라면 그 여파는 더욱 클 것이다.
한미 관계에서 핵심적인 갈등 요소 중 하나는 한국의 디지털 경쟁 정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 애플, 메타 등 미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겨냥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한국의 디지털 생태계, 즉 성장하는 국내 플랫폼과 개발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 문제는 미국의 대응 가능성을 고려하면 더욱 복잡한 국면을 맞는다. 한국과 미국은 강력한 경제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만, 한국의 기술정책 변화는 양국 간 무역 갈등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개정을 압박한 상황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과연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이는 ‘한국이 디지털 규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유럽은 디지털 규제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최근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주도한 ‘유럽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는 과도한 규제로 유럽의 혁신 경쟁력이 크게 뒤처져 있음을 지적했다. 경쟁(DMA), 개인정보 보호(GDPR), 디지털 서비스(DSA) 관련 규제들이 유럽 내 혁신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많은 유럽의 기술 기업과 창업자, 핵심 인재들이 미국으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이는 강경한 규제가 반드시 효과적인 해법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은 디지털 규제에 대해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성급한 규제는 오히려 혁신의 기회를 저해할 위험이 크다. 특히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조치는 미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인 2024년 이미 캐럴 밀러 미 하원의원은 한국을 겨냥한 보복 조치로 ‘미국-한국 디지털 무역 집행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이 미국과의 중요하고 역동적인 무역 관계에서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혁신과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 및 경쟁적 환경 요소를 줄이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규제 샌드박스 확대, 투자 장벽 완화, 성장 중심 인공지능(AI) 정책 추진, 복잡한 규제 절차 간소화,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방안 등을 들 수 있다.강효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
대니얼 소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로스쿨 교수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