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기념일엔 필수"…中 뒤흔든 '대륙의 핫템' 정체 [대륙테크핫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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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베이 'AI 기기' 기념일 수요↑
연인들 '스마트 안경·워치' 선물
테크덕후 전유물서 생활 소비재로
AI 기기 가격대 등 다양화 전략
"테크 선물 열풍, 품질 경쟁 시작"

중국 선전 화창베이 상업거리에 있는 SGE전자시장 내 한 매장에 스마트워치가 진열돼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중국 선전 화창베이 상업거리에 있는 SGE전자시장 내 한 매장에 스마트워치가 진열돼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아래쪽은 135~150위안(약 3만~약 3만4000원)입니다." 중국 선전 현지 최대 전자상가 중 한 곳인 화창베이 상업거리에 있는 SGE전자시장 내 전자제품매장 직원 A씨는 선물용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마트워치를 묻자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 디자인 제품들이 가격도 저렴하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화창베이에선 아들 생일선물로 줄 반려로봇이나 장난감 드론, 기념일 선물용 스마트워치를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세계 최대 규모 전자상가 중 하나로 꼽히는 화창베이에선 꽃다발이나 향수, 케익과 액세서리보다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테크 선물'이 대세다. 실제 중국 현지 커플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날로 알려진 '520 시즌' 당시 화창베이 내 AI 스마트안경, 스마트워치, AI 카메라, AI 반려로봇 같은 '테크 선물'이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520은 5월20일을 뜻하는데 이 발음(우얼링)이 '사랑한다'는 의미의 '워아이니'와 유사해 기념일로 여겨진다. AI를 생산성 도구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념일 선물로 소비한 셈이다.

중국 선전 화창베이 상업거리에 있는 한 전자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중국 선전 화창베이 상업거리에 있는 한 전자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AI 기기' 얼리어답터 전유물서 기념일 선물로

올해 520 시즌 화창베이에서는 AI 스마트안경, 스마트워치, AI 카메라, AI 반려 장난감 등이 젊은 소비자 수요를 겨냥한 인기 상품으로 소개됐다. 선전 푸톈구 정부는 1995년 이후 출생인 소비자가 남자친구에게 AI 스마트안경을 선물로 골랐다는 사례를 전하면서 이 같이 설명했다. 해당 소비자는 "촬영, 녹화, 실시간 번역 기능으로 여행과 데이트 순간을 남길 수 있어 전통 선물보다 기념성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I 스마트안경이 가장 상징적인 품목으로 떠올랐다. 그간 스마트안경은 기술 애호가나 얼리어답터의 체험용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화창베이 일대 매장에선 촬영, 실시간 번역, 음성비서, 회의 기록, 여행 기록 기능을 앞세운 제품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인 사이에선 여행과 데이트 기록 도구로, 유학생·관광객에겐 번역기로 인기가 높다. 직장인들은 회의 보조 등 업무용 도구로 스마트안경을 찾는다.

반려로봇 같은 AI 기반의 장난감도 소비 흐름이 변하고 있다. 교육용 로봇이나 AI 반려로봇은 아이·부모, 젊은 커플, 실버층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어서다. 단순한 완구가 아니라 대화·학습·정서적 교감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은다. 화창베이에선 이 같은 기능을 빠르게 넣거나 빼면서 폭넓은 가격대의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 선전 화창베이 상업거리에 있는 SGE전자시장 내 한 매장에 반려로봇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중국 선전 화창베이 상업거리에 있는 SGE전자시장 내 한 매장에 반려로봇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현지 당국, 보조금 통해 '특색 제품' 수요 견인

정부 보조금 등 소비 진작 정책도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다. 선전시는 '특색 우수제품 구매 보조' 정책으로 판매가격 중 10%, 단일 제품 기준 최대 500위안(약 11만원)을 보조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지 매체 선전신문망은 "지난달 한 소비자가 실시간 번역과 촬영 기능을 지원하는 AI 스마트안경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보조금 적용을 기다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 보조금이 AI 스마트안경을 고가 신제품에서 체험 판매가 결합된 소비재로 확장시킨 단적인 예다.

화창베이에선 명절이나 특정 이벤트를 제품 실험 무대로 활용한다. 520 시즌처럼 'AI 로맨스'가 소비되는 추세를 보면서 제품 성능과는 별개로 소비자에게 어떤 기능을 무슨 맥락으로 강조해야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물용 수요를 공략하려면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가볍고 예뻐야 할 뿐 아니라 곧바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선물용 인기 제품으로 매출을 확보하고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상품을 통해 개선점을 찾는 방식이다.

AI 하드웨어 분야에서 선물 시장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능만 따지던 조달 시장과 달리 선물 소비는 디자인, 색상, 패키지, 사용 설명, 교환·환불 경험을 종합해서 보게 된다. 화창베이 스마트워치·드론 매장 상인들이 제품을 연인용, 여행용, 직장인용, 유학생용 등으로 구분해 선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SEG전자시장 내 한 드론 매장은 카메라가 없는 장난감용을 85~130위안(약 1만9000~2만9000원)에 판매한다. 바로 옆 진열대에선 카메라가 달린 '여행용' 제품을 185위안(약 4만1000원)에 내놨다. 최소한 화창베이에서 AI 하드웨어는 스펙 경쟁을 넘어 소비자 일상별 맞춤형 상품 기획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선전 화창베이 상업거리에 있는 SGE전자시장 내 한 드론 매장에서 판매 중인 장난감 드론. 사진=김대영 기자

중국 선전 화창베이 상업거리에 있는 SGE전자시장 내 한 드론 매장에서 판매 중인 장난감 드론. 사진=김대영 기자

'100위안' 저가품, 신뢰 우려도…"품질 경쟁 시작"

다만 100위안 안팎의 AI 기기들이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과 동일한 사용경험을 제공하진 않는다. 화창베이 AI 열풍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키워드 '100위안'은 AI 기기를 길거리 소비재로 끌어내리면서도 대중화 과정에서 소비자 신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AI 스마트안경을 예시로 들 경우 촬영 품질, 배터리 지속시간, 통역 정확도, 개인정보 처리, 앱 안정성, 사후서비스(AS) 체계가 천차만별일 수 있는 것이다.

브랜드 기업 입장에서도 이는 부담이 되는 대목 중 하나다. 화창베이식 사업 모델은 제품 완성도가 낮아도 시장에 먼저 던지고 반응이 확인되면 빠르게 고치는 방식. 반면, 브랜드 기업은 소비자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품질 인증, 보안, 앱 생태계, AS를 갖추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쏟는다.

물론 현지 업계에선 화창베이의 변화가 갖는 의미를 축소할 순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초저가 AI가 프리미엄 제품을 곧바로 대체한다고 볼 순 없지만 가격 기대치를 낮추고 소비자 접근성을 확장하는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앱에 머무는 동안 중국 전자상가에선 이를 안경, 장난감, 번역기, 로봇개에 넣어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 품질과는 별개로 AI 하드웨어가 얼마나 싸고 빠른 속도로 대중 상품이 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장면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창베이는 AI 하드에어 시장의 대중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이라며 "기업용 솔루션이나 개발자용 기기가 아니라 연인에게 주는 안경, 아이에게 주는 장난감이 되는 순간 AI는 생활 소비재가 된다. 화창베이의 테크 선물 열풍은 중국 AI 하드웨어의 속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대중 소비재로 살아남기 위한 품질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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