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아낄 수 있다며 계좌 가입을 독려하더니…뒤통수를 맞은 기분입니다.”
절세계좌를 통해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 받는 세금 감면 혜택이 축소됐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2월 5일자 A1, 3면) 이후 개인투자자의 불만 섞인 제보가 쏟아졌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줬다가 몰래 뺏는 게 불합리하지 않냐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며 세금 혜택이 없어도 해외 직접투자에 나서겠다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2021년 펀드 외국 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을 결정하고 올초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제껏 해외투자형 펀드가 현지에서 세금을 떼고 배당금을 받아오면 국세청이 이 세금을 펀드에 선환급해줬는데, 올해부터는 환급해주지 않고 투자자 배당금 지급 단계에서 원천징수하는 게 핵심이다. 그 결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계좌 등 절세 계좌에서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 받는 배당금에 대한 저율과세·과세이연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 절세계좌 내 이중과세 논란도 불거졌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세제 혜택 축소로 투자자 혼란이 일어날 것을 알고도 정부가 4년 동안이나 이를 방치한 데다 시행을 앞둔 시기에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기존 해외투자 펀드의 현지 배당소득세를 국세청이 세금으로 선환급하는 기존 방식이 잘못됐다는 당위론에만 갇혔다. 해외투자형 펀드의 순자산 규모가 140조원까지 불어났는데도 제도 변경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충격은 외면했다.
업계의 이익 대변과 투자자 보호의 주체인 금융투자협회도 손 놓고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기재부에 따르면 외국 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에 대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금투협과 논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절세계좌 내 과세 방법도 논의됐다. 절세계좌에서의 해외투자 펀드 배당 세제 혜택 폐지를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금투협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중과세 논란에 대한 해결 방침만 밝혔고, 세제 혜택 폐지와 관련해선 “기재부의 입장이 완고하다”며 발을 뺐다. 이중과세 논란은 위법 여부를 다투는 문제여서 협회가 나서지 않아도 해결될 사안이다. 그보다는 세제 혜택 폐지와 관련한 시장 우려를 당국에 전하고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
정부는 절세계좌의 세제 혜택을 확대해오면서 매번 “국민 노후 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온전히 책임질 수 없으니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는 취지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혼란과 투자자들 실망에 대한 정부의 모르쇠 식 대응은 여러모로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