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절세 혜택 늘린다더니 이젠 '과하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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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절세 혜택 늘린다더니 이젠 '과하다'는 정부

“그동안 연금계좌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과도했다. 이중과세 해소를 위해 방안을 마련하겠다.”

외국납부세액 과세 방법이 변경돼 올해부터 절세 계좌에서 분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사라졌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나가자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해명이다. 제도를 정비해 이중과세를 방지하겠다는 게 요지다.

이는 핵심을 벗어난 해명이다. 이중과세는 정부가 세제 혜택을 없앴기 때문에 생긴 새로운 문제다. 정부가 특별한 설명 없이 하루아침에 절세 계좌 내 혜택을 없앤 게 문제의 본질이다.

절세 계좌 내 세제 혜택 축소는 기존 정책과도 배치된다. 정부는 ISA의 납입 금액과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납입 한도를 종전 연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크게 높이는 게 골자다. 한쪽에서는 국민 자산 증식을 유도하기 위해 ISA 세제 지원을 쏟아내면서, 다른 쪽에선 혜택이 ‘과도했다’며 수도꼭지를 틀어 잠그는 꼴이다. 정책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무너졌다. 충분한 설명 없이 세제 혜택을 줄인 데다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조차 정비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정책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중과세를 막는 시스템과 관련해 ISA 대책은 상반기, 연금계좌 대책은 하반기에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사이 ISA나 연금계좌를 해지하는 투자자들은 이중으로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언제 또다시 혜택을 줄일지 알 수 없다”는 투자자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스템 개발도 골칫거리다. 연금계좌는 30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상품이다. 중도 해지, 금융사 간 계좌 이전 등 다양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외국납부세액을 체계적으로 쌓아두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는 절세 계좌 내 세제 혜택 축소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중과세 해소를 위해 복잡한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골머리를 썩일 일이 아니란 얘기다. 절세 계좌에서는 이전처럼 정부가 외국납부세액을 보전해주고, 수익 실현 단계에서 세금을 떼는 식으로 바꾸면 된다. 증권사가 통로가 돼 분배금 지급 때 계좌별로 외국납부세액을 보전해주면 간단하다.

연금에 대한 한국의 세제 혜택은 미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연금 선진국이 세제 혜택을 늘리는 건 개인이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야 장기적으로 정부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ISA와 연금계좌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과도했다는 기재부의 설명은 수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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