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어김없이 찾아온 4월 위기설…시장은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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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어김없이 찾아온 4월 위기설…시장은 갸웃

“기획재정부에 들어온 뒤 20년 동안 매년 ‘X월 위기설’이 돌았어요. 하지만 한 번도 현실화한 적은 없습니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답답하다는 듯 토로했다. 요즘 시장에 번지는 ‘4월 위기설’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가 나오는 4월에 건설회사들이 줄도산하고, 경제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게 위기설의 골자다. 각종 유튜브 채널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불거진 위기설은 주요 언론사 지면에도 등장했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건설경기가 ‘침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건설사 시공실적을 나타낸 ‘건설기성’은 전월에 비해 4.3% 감소했다. 작년 8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갔다.

건설투자의 경우 지난해 -2.7%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각각 -2.8%, -1.2%로 내다봤다. 건설경기가 움츠러들면서 올 들어 신동아건설(지난해 시공능력평가 58위),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부진해 미분양 사태가 속출한 결과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했다.

하지만 정부와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건설경기 부진이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차분한 자금시장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지난 4일 AA-등급 회사채 금리(무보증·3년 만기 기준)는 연 3.142%로 2022년 3월 24일(연 3.104%) 후 3년 만에 가장 낮았다. 4일 BBB+등급 회사채 금리(연 8.901%)도 2022년 3월 22일(연 8.883%)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한신공영을 비롯한 건설사도 최근 순조롭게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용 리스크에 민감한 채권발행시장 관계자들이 ‘4월 위기설’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다.

정부도 속도는 더디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시장을 연착륙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설도 필요할 때가 있다. 건강한 위기설은 부실과 위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관리할 수 있도록 ‘예방주사’ 역할을 한다. 하지만 때마다 반복되고, 갈수록 부풀려지는 위기설에 대한 회의론도 상당하다. 필요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엇보다 가계·기업의 경제 심리를 악화시키는 ‘자기실현적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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