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책에 맞서 저항한 의대생들은 피해자다.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범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부회장)
“의대생과 전공의가 정부의 특혜성 조치를 받으면 정의와 상식에 맞지 않는다.”(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오겠다고 선언한 지난 12일 이후 의사단체와 환자단체에서 각각 나온 반응이다. 의사들은 의대생·전공의가 복귀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들은 이제라도 돌아오는 게 다행이라면서도 이들에게 또다시 특혜를 줘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1년5개월간 이어진 의료공백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잇따르지만 마냥 개운하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 2월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의사가 없으면 결국 시스템은 무너진다’, ‘버티면 이긴다’고 외치면서 교육·의료현장을 떠났다. 의사가 중환자실과 응급실까지 비우는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다. 2000년과 2020년 의사 집단행동 때도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을 떠났지만 자발적으로 봉사팀 등을 꾸려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지켰다. 환자 생명권은 의료인이 끝까지 외면해선 안 될 사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대한민국 의료에 미래가 없다고 느낀 젊은이들의 동시다발적인 자발적 선택’이라고 수차례 주장했다. 정부가 복귀를 돕기 위한 구제책을 내놓을 때마다 ‘더 이상 의사·전문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면했다. 환자 곁을 지키기 위해 일부 동료가 현장으로 돌아갈 땐 ‘감귤’(복귀자를 비하하는 은어)이라 부르며 신상을 털고 조롱했다.
환자들은 중증 질환조차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서 사태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교육자인 의대 교수들조차 ‘우리 애들도 피해자’, ‘사과할 주체는 정부’라고 주장하지만 환자에게 그들은 명백한 ‘가해자’였다. 그런데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환자를 향한 사과의 표현은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사태 초기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전공의를 ‘의쪽이’로 불렀다. 스스로 행동에 책임지지 않으면서 부모에게만 기대 해결을 기다리는 ‘금쪽이’ 같다는 이유에서다. 대규모 유급 사태를 앞두고 학사 유연화 등 복귀 대책을 마련하라는 이들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같은 단어를 떠올리고 있다. 상처받은 환자들은 이들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과는 당사자가 직접 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구체적으로 잘못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말하는 사과의 조건이다.